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다짐했던 태영건설 지원 대신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에 자금을 출연하면서 태영건설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채권단 내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이 무산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태영의 SBS 대주주 자격이 유지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잇따라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는 이달 5일 윤석민 회장을 상대로 416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태영 측은 앞서 윤 회장이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금액인 416억원을 출연해 태영건설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티와이홀딩스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대체한 것으로 판단된다.

당국과 채권단은 당장 태영건설에 지원되는 자금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되더라도 국내 부동산 경기가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정상화에 난항이 전망되는 만큼 태영건설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의심도 흘러 나온다.

사재를 출연하면서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보다 이를 대비해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 상환, 자본 확충을 실시하면서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인 SBS 지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태영 측 행보는 태영건설로 사재출연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워크아웃 무산을 염두에 두고 대주주 살리기 및 SBS 지키기에 나선 것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채권단 사이에선 이대로 워크아웃이 불발된다면 태영건설의 SBS 대주주 자격도 박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KBS 2TV와 SBS, MBC UHD 등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에 대한 재허가를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연기한 바 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오너 일가 이익만 챙기기에 급급한 사업주가 언론사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 되는 일"이라며 "이렇게 시장 신뢰를 저버리다가 태영건설이 부도가 나면 SBS 대주주 자격 요건이 유지가 되겠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채권단 내 업권별·상황별 셈법도 다양

금융당국이 태영건설에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이 동의할 수 있는 충분한 자구계획을 공개하라고 거듭 압박한 만큼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행보를 일단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5일 태영건설 주요 채권자들과 회의를 진행한 뒤 계열주가 기존에 제시한 자구계획을 곧바로 이행하고,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워크아웃 개시의 기본 조건이라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1549억원 가운데 티와이홀딩스의 연대보증 채무를 변제하는 데 사용한 890억원만큼을 곧바로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오너 일가가 사재를 출연하고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담보 등 추가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추가 자구안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지만, 주채권은행의 의견에 따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이 자구안을 내놓더라도 대출 규모와 회수 가능성에 의해 금융사별 셈법은 크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태영건설에 준 대출이 선순위인 은행 또는 보험사는 워크아웃이 불발되더라도 담보가 확실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만큼 이론적으로는 워크아웃에 동의할 필요가 없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부 선순위 금융사가 워크아웃에 반대해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선순위 금융사 이탈이 워크아웃 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PF 사업장별 위험 수준, 준공률, 보증 형태 등에 의해 워크아웃의 유불리 여부도 달라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사업장 책임준공을 했는데, 워크아웃을 하면 태영건설이 계속 시공할 수 있지만, 법정관리로 가면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야 해 사업 중단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워크아웃 반대를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