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가 열린 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러홀 입구 모습.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가 열린 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러홀 입구 모습. 

 

이달 9∼12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는 인공지능(AI)이 전체 영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였다.

CES에서 AI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16년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국에서 승리를 거머쥔 다음 해인 2017년부터였다. 하지만 사람처럼 질문하고 답하는 생성형 AI 챗GPT가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7년 만에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올해 CES는 '새로운 미래'의 열쇠를 거머쥔 AI가 처음부터 끝까지 점령한 무대였다.

이로써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의 기술에 AI를 적용하면서 다른 기업과 협력도 크게 강화해 나가고 있다. AI가 전체 영역에 적용되고 고도화하고 모든 기기에 적용되면서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시사했다.

CES에는 총 150여개국에서 주요 글로벌 기업 등 40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전시 규모와 참가 기업 전부 작년보다 10∼20% 올랐다.

자국의 코로나19 봉쇄 등이 완화되면서 중국이 가장 많은 1100여개 기업을 참가시키며 귀환했다. 작년의 2배에 달한다. 한국에서도 삼성을 비롯, 현대차, SK, LG, HD현대 등 총 700여개 기업이 참가하며, 각각 기술력을 여과없이 발휘했다.

발언하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발언하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 자동차·가전에서…피부 관리부터 쇼핑 검색까지

각각의 분야에 점진적으로 스며들고 있는 AI는 자동차와 가전은 물론, 뷰티와 소매 산업 등 일상생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AI는 TV의 화질을 선명하게 해준다. 저화질 콘텐츠를 최고 화질(8K)로 바꿔주고 스포츠 종목을 자동으로 감지해 공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보정해준다. 흐릿한 사물과 배경도 스스로 판단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냉장고에서는 식재료를 입출고 할 경우 카메라가 이를 인식해 푸드 리스트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세탁물에 따라 한대 기기로 맞춤 세탁과 건조 기능도 지원한다.

또한 자동차에는 고도화한 AI와 챗봇이 들어가 있다. 운전자가 별도로 목적지 등을 지정하지 않아도 챗봇이 운전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운전을 지원해 준다.

이 뿐만 아니다. AI가 피부 관리 방법을 전달해 주고 제품 역시 추천하는 뷰티 앱도 선보였다.

프랑스 뷰티 기업 로레알이 공개한 이 '뷰티 지니어스'라는 앱은 AI가 피부 관리에 대한 개인화된 맞춤형 제안을 해주는 '뷰티 비서'다.

이용자가 사진을 업데이트하면, 이를 기반으로 AI가 피부 건조 정도를 일일이 확인하고 현재 피부 상태에 맞는 제품을 추천한다.

쇼핑에도 생성형 AI 챗봇이 적용됐다. 월마트는 이용자들이 특정 용도별로 상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챗봇을 전했다.

'축구 관람 파티'에 필요한 제품을 검색해 줄 것을 요청하면 감자칩을 비롯, 치킨, 음료, 90인치 TV 등의 카테고리를 제시한다.

AI를 통해 칫솔질을 향상하는 칫솔, AI가 코골이를 낮춰주는 베개도 출시했다. AI를 통해 몰입감을 키워주는 확장 현실(XR) 헤드셋 등장도 예고됐다.

월마트 기조연설에 등장한 MS 사티아 나델라 CEO
월마트 기조연설에 등장한 MS 사티아 나델라 CEO

 

▶ "AI를 선점하라" 치열해지는 경쟁…글로벌 기업 합종연횡

AI 기술이 가파르게 바뀌면서 글로벌 기업 간 경쟁도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상호 연합군을 꾸리며 대응해가고 있다.

독일 내 최대 기술 기업 가운데 하나인 지멘스는 AI를 통한 산업용 확장 현실(XR) 헤드셋 개발을 위해 일본의 소니와 협력에 나섰다.

BMW는 운전자를 지원할 생성형 AI 탑재를 위해 아마존과 손을 잡았고, 소니 혼다 합작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 닛산과 링컨은 구글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월마트는 벌써 수년 전부터 MS와 손을 잡고 쇼핑 시 상품 검색을 위한 챗봇 구축을 해왔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는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대차·기아 고객은 향후 차량 안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 터치 또는 음성 명령으로 자택에 있는 전자기기를 원격 제어할 수 있게 된다.

가정 내 인공지능(AI) 스피커 또는 TV,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원격 차량 제어도 가능해진다.

삼성전자는 이어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도 반도체, 에너지 관리 설루션 등에서 협력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1월 미 반도체 기업 퀄컴, 구글과 확장 현실(XR)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퀄컴은 관련 기기에 탑재할 칩을 개발해 발표했다.

HD현대는 구글 클라우드와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 고도화되는 AI…'온디바이스 AI' 시대 예고

이번 CES는 점진적으로 진화하는 AI의 현주소를 나타내주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AI 기술이 고도화하고 전체 영역에 적용되면서 앞으로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는 기기 자체에 AI가 장착된 것을 뜻한다.

현재까지 AI 기능은 특정 사이트에 연결하거나 앱을 설치해야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이 연결돼야만 클라우드에 저장된 정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를 통하지 않고 기기에서 즉시 명령과 실행을 할 수 있다. 인터넷 없이 기기 자체에서 구동된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칩을 축소해 각각의 기기에 탑재하는 것이다. 온디바이스 AI는 칩 제조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가 이번 CES 기간 연이어 AI 칩을 공개했고, 삼성전자도 생성 AI와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향한 D램 라인업을 출시했다.

인텔은 작년 12월 'AI 에브리웨어'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며 온디바이스의 대표적인 AI PC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 PC는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에서 직접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앱을 실행할 수 있는 첨단 칩이 탑재된 차세대 컴퓨터다.

미 반도체 기업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9일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 클라우드를 이용하지 않고, AI PC를 통해 내 컴퓨터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