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대만 총통 선거(13일)에서 친미·독립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온 민주진보당(민진당)이 당선됨에 따라 세계경제에 어떤 경제적 여파가 있을지 벌써부터 주목거리다.

선거 기간 내내 라이 후보를 비난해온 중국은 예상대로 이번 선거 결과가 '주류 민의'를 대변하지 않다면서, 중국과 대만 통일이 필연적이라고 재확인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당선된 민진당의 라이칭더(가운데 후보)[AP 캡처]
대만 총통 선거에서 당선된 민진당의 라이칭더(가운데 후보)[AP 캡처]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중국이 대만에 대한 경제적 압박 수위를 훨씬 더 높일 공산이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예측이다.

가장 큰 경제적 관심사는 반도체 공급망 영향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바로 '산업의 쌀'인 반도체 분야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사인 TSMC를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핵심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해 글로벌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와 관련해 관심을 끄는 전문가 의견이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훙쩐 비상임 선임연구원의 예측이다. 훙쩐은  중국이 대만 총통 선거 결과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만 총통 선거가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에 미칠 영향에 전세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AP 캡처]
  대만 총통 선거가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에 미칠 영향에 전세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AP 캡처]

이어 라이 당선인이 5월 취임 때까지 어떤 정책 언급을 하는지 중국이 주시하며 대만을 상대로 해상 봉쇄의 초기 단계를 검토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중국으로서는 실행 가능하고 위험도도 낮은 선택지라는 얘기다.

그는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칩의 63%, 첨단 칩의 73%를 공급하는 글로벌 교역의 중요한 일부"라며 부분적인 해상 봉쇄만으로도 반도체 가격과 국제 공급망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추이. 자료= 트랜스포트스, 하이투자증권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추이. 자료= 트랜스포트스, 하이투자증권

실제로 중국 본토와 대만을 가로지르는 대만해협은 국제 교역의 핵심항로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계기로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과 대만 간의 '양안'(兩岸) 갈등이 고조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식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라이 후보의 당선으로 중국이 경제봉쇄에 나선다면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기후위기 악화로 가뜩이나 힘든 세계경제에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지적했다.

중국 푸젠성과 대만 사이에 놓인 대만해협[구글 지도 캡처]
중국 푸젠성과 대만 사이에 놓인 대만해협[구글 지도 캡처]

실제로 중국 상무부는 선거를 나흘 앞둔 9일 '양안(중국과 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중단과 관련해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9일 중국이 전쟁 없이 중국이 대만 봉쇄에 나설 경우 세계경제 국내총생산(GDP)이 5%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상황에서는 세계경제가 10조달러(1경3000조원)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군 대만 포위 훈련[중국군 동부전구 웨이보 캡처]
중국군 대만 포위 훈련[중국군 동부전구 웨이보 캡처]

CNN 방송도 미 민간연구소 로듐그룹의 찰스 베스트 부국장을 인용,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상선 운항을 방해할 수 있는 군사 훈련을 하거나 대만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中, 전면적 경제봉쇄 강행 가능성은 '희박'... '경제회복' 中에도 타격

그러나 전면적인 경제봉쇄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제적 압박 수위는 높일 수 있더라도 전면적인 경제봉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중국과 대만 경제의 상호의존성을 보면 이해가 쉽다. 중국은 대만의 최대교역국이자 최대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표 수출항인 양산항의 모습[Bloomberg 캡처]
중국의 대표 수출항인 양산항의 모습[Bloomberg 캡처]

또 지난해 대만 수출액의 35%를 중국 시장이 차지했다. 중국행 수출품의 대부분인 집적회로, 태양전지, 전자부품이었다. 같은 해 대만 수입시장에서 중국은 20%를 차지했다고 대만 경제부의 설명이다. 

대만은 1991년부터 2022년까지 2030억달러(약 267조원)를 중국에 투자해 현지에서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중국은 대만에서 전자부품이나 정밀공작기계 등을 수입해서 완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수출한다.

중국  상하이의 건설현자에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중국 상하이의 건설현자에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베스트 부국장은 "대만과 중국은 서로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대만이 봉쇄될 경우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결 가능성과 경제 제재의 비용을 제외하고 세계 경제에 연간 2조달러(2630조원) 넘는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으로서도 전면봉쇄가 쉽지 않다. 줄어들기는커녕 계속해 강도를 높여가는 미국의 강도높은 대중(對中) 견제, 코로나19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도 여전한 내수경기 부진,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대외수출여건 악화 등로 성장세가 빠르게 급락하는 상황이다. 한 마디로 집안살림이 엉망이라는 얘기다.

중국 선전의 부동산 건설 현장[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중국 선전의 부동산 건설 현장[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전면봉쇄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국 제조업에 핵심적인 공급 역할을 하는 대만 반도체 산업을 제재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대만 반도체 산업 제재는 중국경제에도 상당한 고통을 주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만 경제가 평소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전망을 한 대표적인 전문가가 미 대서양위원회의 제러미 마크 비상임 선임연구위원이다.

  미국 상무부는 다음 달부터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규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로이터통신
  미국 상무부는 다음 달부터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규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로이터통신

마크 위원은 "대만은 여전히 최대 수출시장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중국은 대만 투자자들이 창출한 일자리와 대만 반도체 및 다른 전자제품에 계속 기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중국이 급격한 경기 둔화를 겪고 있어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의 '속내'를 쉽게 예단하는 데 대한 경계론도 나온다.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좌담회서 연설하는 시진핑[신화사 캡처]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좌담회서 연설하는 시진핑[신화사 캡처]

일각에서는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라이 후보를 조국 통일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인사로 지목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BBC 방송은 "라이 당선인 앞에 놓인 길은 반듯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만약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백악관에서 전혀 다른 종류의 동맹을 만날 준비가 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짚기도 했다.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AP 캡처]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AP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