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지적을 받던 컬리가 지난달 월간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1월 설립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EBITDA는 벌어들인 이익에서 이자 비용과 법인세, 감가상각비 등을 제외하지 않은 실제 벌어들인 현금을 의미한다.

컬리는 당초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사를 목표로 했지만, 투자시장 악화 및 지속되는 적자로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이에 컬리는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고, 실제 뷰티컬리 등 신사업으로 객단가와 마진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마켓컬리에서도 배송 효율화를 달성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흑자 전환 가능성을 보인 컬리가 조만간 다시 상장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비슷하게 직매입을 통해 판매하는 쿠팡에 비해 점유율이 낮고, 또 쿠팡의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 국내 시장에서 중국발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등 컬리의 상장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요소들도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마켓컬리
사진=마켓컬리

■ 컬리, 드디어 월간 흑자 전환

16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성장한 5288억원이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1.1% 증가한 1조5463억원이다. 이는 역대 최고치다. 컬리의 영업손실도 지난해 3분기 연속 감소해, 3분기까지 누적적자 651억원으로 전년 대비(1836억원) 35.5% 감소했다. 지난해 12월엔 EBITDA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립 9년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컬리가 영업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던 데에는 뷰티컬리의 역할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2년 11월 등장한 뷰티컬리는 이후 1년간 누적 구매자 수는 400만명 이상, 주문 건수는 600만건을 넘어섰다. 거래액은 3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뷰티 상품이 포장·운송·재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마진율까지 높은 상품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뷰티 상품의 경우 컬리의 주 종목인 신선식품에 비해 상품이 작고, 유통기한이 길다. 신선도도 민감하게 챙기지 않아도 된다. 또 호·불황을 떠나서 지속해서 수요가 발생한다. 

마켓컬리의 주 고객층인 3040세대의 수요를 뷰티컬리가 착실하게 끌어오고 있다는 것도 주효했다. 컬리에 따르면 뷰티컬리의 고객 연령대별 비중 중 70%가 3040이다. 이는 백화점 럭셔리 뷰티 브랜드 입점 및 컬리 단독 기획 상품을 선보인 덕이다.

컬리는 비용 효율화에도 나섰다. 컬리의 지난해 3분기까지 판매관리비 내용 중 크게 줄어든 부분은 운반·포장비 등 배송 관련 비용과 광고선전비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운반비는 전년과 비교해 51억원이 줄었고, 같은 기간 포장비도 71억원이 줄었다. 이 기간 광고선전비 또한 155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원가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컬리의 올해 3분기 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 늘어난 반면 매출원가는 1.9% 줄었다. 매출원가율은 올해 3분기까지 70.6%로 전년 같은 기간 72.7%와 비교해 2.1%포인트(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매입으로 판매하는 컬리가 매출은 늘고 매출원가율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남기는 마진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컬리의 수익성 개선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뷰티 시장에서 온라인 침투율이 30%대에 불과해 뷰티컬리의 성장 가능성이 아직도 높고, 뷰티컬리 고정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새벽배송보다 빠른 당일배송과 같은 기존 마켓컬리의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게 되면서다. 

뷰티컬리.(사진=컬리)
뷰티컬리.(사진=컬리)

■ 상장 재추진 청신호 켜졌지만…이커머스 시장 상황이 변수

컬리는 앞서 2023년 2월 22일까지 상장 절차를 마무리하려 했었다. 실제로 2021년 말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당시만 해도 기업가치가 4조원에 달하는 등 분위기도 좋았다. 

그러나 이듬해 글로벌 경제 침체로 인한 국내 증시 악화 및 고금리 등 악재가 발생했고, 여기에 매년 1000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지속되는 것을 지적받으며 기업가치가 1조원대까지 추락하자 지난해 1월 4일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컬리는 그 후 1년간 뷰티컬리 등 신규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긴축 경영을 통한 비용 효율화로 실적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컬리가 연내 상장을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컬리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상장 준비는 지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컬리의 행보에 걸림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컬리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회사가 쿠팡이라는 점이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다. 특히 직매입한 다양한 상품을 전국 물류망을 기반으로 새벽에 배송하는 '로켓배송' 서비스가 강점이다. 컬리가 '컬리온리(Kurly Only)'나 '큐레이션 서비스'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가지고는 있지만 상품 다양성이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쿠팡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사진=마켓컬리)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사진=마켓컬리)

또 최근 쿠팡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 역시 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2021년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NYSE)에 상장할 당시 쿠팡은 단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었기에 매출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가매출비율(PSR)'이 활용됐다. 상장 당시 쿠팡의 PSR은 5.25배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1월 기준 PSR은 1.25배 수준이다. 상장 당시와 비교해 기업가치가 4분의 1토막 났다는 것이다.

컬리 역시 PSR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쿠팡이 기준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컬리의 매출은 2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현재 쿠팡의 PSR을 대입하면 컬리의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이 된다. 그간 컬리는 1조3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컬리 투자자들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매년 15~20%대의 성장을 이어오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률이 2022년 한 자릿수(9%)로 떨어지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라는 점과 수많은 상품과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알리,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의 국내 시장 침공이 본격화되고 있는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것 또한 컬리의 상장 재추진 과정에서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낮아진 시장 성장률 탓에 외형 확대 보다는 수익성 확보에 집중해야 하는데, 초저가 중국발 이커머스와의 점유율 경쟁도 펼쳐야 한다. 자칫 점유율도 뺏기고 수익성까지 나빠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불거질 수 있다.

컬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을 때 상장을 재추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