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윤기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오는 27일부터 적용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의 2년 유예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처법 시행 예정인 83만곳의 중소‧영세 사업장들은 안전에 대한 투자와 전문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법적용 2년 유예를 요구해왔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총이 50인 미만 기업 1053곳의 중대재해법 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가 아직 법준수이행을 준비중이며, 이중 87%는 중처법 시행될때까지 의무 준수 완료가 어렵다고 밝혔다. 더구나 중처법의 핵심의무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 비율은 2.2%(1만8566개소)에 불과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2년 유예 법안을 냈고 정부는 1조 5000억원을 들여 사업장의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돕겠다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대책은 미흡하다며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현재 1조 2000억원인 산재예방 예산을 2조원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며 어깃장을 놓는 바람에 법안 처리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 2년간 상시근로자 50인이상 사업장에 대해 중처법이 시행됐지만 오히려 재해사고만 늘어나고 예방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처벌위주의 중처법이 중대재해사고 예방에 효과가 없을 것이란 그동안의 비판이 입증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인력및 준비가 부족한 중소영세기업에 까지 적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중처법이 시행되면 영세중소기업들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고 근로자들의 일자리 상실등 사회적 손실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중처법 위반으로 기소되거나 처벌 받은 곳은 대기업보다 규모가 적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며 야당 측에 재차 중처법 적용 유예를 촉구한 것도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우려한 때문이다.

영세기업들이 고금리·고물가로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처벌위주의 중처법까지 시행되면 경영난이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처법 2년 유예 조건으로 내건 정부 사과, 재정지원, 2년뒤 반드시 이행 등에 대해 정부와 경영계가 이행 또는 약속했지만 또다시 ‘산업안전보건청 필요’를 제시하면서 법시행 유예를 무산시키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컨설팅을 받는 등 안전 투자를 강화했지만 중대재해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처벌 중심의 처방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이 2년간 50인 이상 기업에 대한 중처법 시행으로 얻은 경험이다.

국가가 감시와 처벌만 강조하면 산재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기업의 생산 활동만 움츠러들게 된다. 처벌만능주의 국가에서 경영자들은 현장에서 위험을 줄이거나 안전 역량을 강화하는 일을 하기보다 법적 책임을 덜어내기 위해 법률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는데 시간을 쏟을수밖에 없다.
더구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중처법을 확대 적용하면 사업주 처벌에 따른 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부작용만 키울 가능성이 높다.

2년유예 법안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있다. 민주당은 총선 표심과 관련한 정치적 이해득실만 계산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인들의 현실을 감안한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