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사진=마켓컬리)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사진=마켓컬리)

컬리가 서울 강남에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 도심형 물류센터)를 세우고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퀵커머스'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로 보고 있다. 퀵커머스는 1시간 내외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배송 서비스를 의미한다. 빠르면 상품 주문 후 수십 분 내에 받아볼 수도 있다.

컬리의 퀵커머스 진출은 뷰티컬리의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서울 강남 대치동에 첫 MFC를 마련하기 위한 계약을 진행 중이다. 또 MFC를 운영할 파트너사도 선정하고 있다. 배달 대행업체 '부릉(VROONG)'과 계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일각에서는 컬리의 행보에 의문부호를 띄운다. 흑자 전환을 앞두고 리스크가 크다고 할 수 있는 사업 분야에 진출하려 하기 때문이다.

컬리는 지난 한 해 동안 뷰티컬리와 같은 신사업의 선전과 각종 비용을 줄이는 긴축 경영을 통해 지난달에서야 설립 후 처음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흑자'와 같은 기대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상황에 컬리는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퀵커머스에 진출하려고 한다. 앞서 쿠팡이츠는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지난해 퀵커머스 서비스인 '이츠마트' 운영 지역을 서울 송파와 강동으로 축소한 바 있다. 

컬리가 낮은 수익성으로 지적받는 퀵커머스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뭘까. 이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은 뷰티컬리에 퀵커머스를 도입했을 때 수익성과 배송 효율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뷰티컬리의 평균 판매가는 마켓컬리에 비해 3배가량 높다. 구매자당 평균 구매 금액도 뷰티컬리 비사용자의 3배에 달한다. 이는 컬리의 상품위원회가 좋은 제품을 취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있겠지만, 화장품이 호·불황을 떠나서 지속해서 수요가 발생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뷰티컬리에서 취급하는 화장품 제품을 살펴보면 에스티로더, 바비브라운, 르네휘테르, 산타마리아노벨라, 라 메르, 아르마니 뷰티 등 럭셔리 제품이나 10만원 이상의 세트 상품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상품 가격이 높을수록 컬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많아진다. 또 이는 자연스럽게 컬리가 가진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시킴과 동시에 소비자를 잡아두는 이유(락인 효과)가 된다.

뷰티컬리.(사진=컬리)
뷰티컬리.(사진=컬리)

이러한 뷰티컬리는 현재 마켓컬리와 동일한 배송 시스템을 이용 중이다. 소비자가 전날 오후 11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새벽배송 특성상 인건비가 주간 배송보다 2배가량 더 많이 들고, 컬리의 냉장·냉동 배송 시스템인 '풀 콜드체인'은 통상 상온 배송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향후 퀵커머스를 통해 뷰티컬리의 배송 절차를 간소화하면 배송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컬리가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수 있던 배경에는 판매관리비를 줄였던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컬리는 지난해 3분기까지 판관비 항목 중 운반·포장비를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2억원 줄였다.

화장품이 신선식품과 비교해 보관이 용이하다는 점도 수익성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신선식품의 경우 생물이니만큼 보관 공간을 구성하는 데 제약이 있고, 가격이 비싸 프리미엄급 식품의 경우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헐값에 판매하거나 폐기 처분해야 한다. 

반면 화장품은 규격화된 형태를 띠고 있어 한정된 공간에서 보관 용이성이 높다. 또 소비기한이 길고, 보관 과정에서 필요한 정성도 신선식품류에 비해 덜 하다. 재고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컬리 홍보실 관계자는 "'오늘 뭐 먹지?' 서비스가 고객에게 인기를 끌면서 퀵커머스 서비스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 MFC 사업 진출의 배경"이라며 "퀵커머스에 진출하게 된다면 뷰티컬리 서비스도 취급할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MFC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나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