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감사.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감사.

 유흥판에 가면 먹고, 마시고, 떠든다. 흥에 겨우면 노래도 한다. 모두가 입으로 한다. 반면 일은 없다. 입 벌리고 닫는 것이 일이라면 일이다. 일을 위해 머리를 쓸 이유도 없고 땀을 흘릴 필요도 없다. 유흥판에서는 입이 생명이다.

 정치판에 가도 일은 없고 입만 있어 보인다. 얼마 전 대통령이 참석한 어느 행사에서 대통령의 손을 놓지 않고 입으로 떠들던 국회의원이 있었다. 당연히 그는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막힌 채 끌려 나갔다. 그가 주장한 대로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바꾸게 하려면 그는 일을 해야 했다. 입으로 바꿔지는 건 없는데 그는 입으로 떠들기만 했다. 그러고도 그는 떠든다, 국회의원을 무시했다고. 입이 생명인 것은 술판이나 정치판이나 똑같다.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니 여기저기서 출판기념회가 많다. 그런데 몇 군데 출판기념회를 나가보니 정말 사람이 많이 모였다. 몇 년 전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그만큼 정치판이 커진 것 이다. 지역 유지를 소개하는데 한 시간은 족히 걸렸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경제, 금융, 교육, 사회,주민활동,시민운동 등 곳곳에 정치가 파고들었다. 이들이 차지한 자리의 대부분은 남의 돈으로 유지되는 곳이다. 이들 자리는 국회의원이 바뀌면 주인도 바뀐다. 내가 일해서 버는 돈이 아니라 남이 주는 돈을 받아쓰니 기를 쓰고 국회의원을 따라다닌다. 이들 생활의 원천은 남의 돈, 즉 세금이다.

 유흥판도 돈을 쓰는 곳이다. 그런데 자기 돈이면 절대 그렇게 쓰지 않는다. 이 돈은 생산적이지 못하다. 공장을 지어 물건을 만들고 팔아서 급여를 주고 세금을 내고,오손도손 가정을 꾸려 가는 곳이 아니다. 부가가치가 거의 없다. 오직 한순간의 향락을 위해, 은밀한 거래를 위해 남의 돈으로 생색내는 곳이 유흥업소이다. 제 돈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정치판이나 똑같다.

 유흥업소에는 범죄가 많다. 남을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의 현장이다. 그래서 폭력이 난무한다. 폭력 영화의 소재가 대부분 유흥가에서 벌어지는 이유다. 최근에 정치인, 검찰, 언론인, 재벌 등 못된 사람들이 술판에서 벌이는 엽기적 행각들이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의로운 형사, 기자, 검사 하나가 판을 뒤집는다.
  
 얽히고 설킨 지연, 학연을 따라가는 곳이 정치다. 폭력조직에도 지연이 있다. 자갈치파, 목포파...... 이런 식이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는 출마자 중 전과자 비율이 36%나 됐다. 단순한 정치적 문제를 넘어 사회의 도덕적 기준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기, 폭행, 성추행 등 다양한 전과를 지닌 인물들이 선거나 폭리를 통해 한탕을 노리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그래서인가 최근 중,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의 신뢰가 가장 낮은 직업군은 정치인과 대통령이었다. 대통령도 결국 정치인이니 정치에 대한 믿음은 갈 데까지 간 것 같다. 우리나라 정치가 사회문제를 해결할 때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지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학생은 열 명 중 한 명뿐이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갈수록 불신이 깊었다. 어떻게 하나? 유흥업소야 한 군데 없어지면 그만이지만 정치는 없애 버릴 수가 없다. 너무나 중요한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이제는 이념이나 정파에 휩쓸릴 때가 아니다. 학연이나 지연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일을 하는 사람에게 정치를 맡겨야 한다. 입만 가지고 남의 돈 긁어 내 지지자에게 퍼주는 정치를 차단시켜야 한다. 정치가 유흥산업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가 생산적이고 믿음직한 정치의 본류를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