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석 신임 국립수목원장이 1월15일 취임식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국립수목원 제공]
임영석 신임 국립수목원장이 1월15일 취임식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국립수목원 제공]

최근 산림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분위기다. 국토의 63%가 숲인 한국으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을 찾는 사람만 연간 40만여명이나 된다. 숲은 우리가 가장 쉽게 가까이할 수 있는 치유공간이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은 정원치유 등 숲을 이용한 연구개발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 치유산업발전에 잘 활용되는 중요한 국가기관이다.

국립수목원의 업무와 산림치유 등 향후 국립수목원의 역할과 전망을 임영석 원장으로부터 들어보았다. 

▶국립수목원에 대한 소개와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면.
-국립수목원은 경기도 포천 광릉숲에 위치하고 있다. 부속기관으로는 강원도 양구의 'DMZ 자생식물원'과 경기도 양평의 '유용식물증식센터'가 있다. 광릉숲은 조선 7대왕인 세조의 능인 '광릉'의 조성과 함께 부속림으로 지정된 이후 560여년간 훼손되지 않은 국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중요한 숲이다. 100녀 전 광릉숲을 임업시험림으로 지정한 것을 시작해 1999년 국립수목원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광릉숲 주변은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생태ㆍ환경적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수목원은 생물종의 현지 내외보존을 포함한 산림생물종 연구를 주임무로 하고 있으며, 역할과 기능은 시대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추세다. 국립수목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가공무원이 운영하는 '국가연구기관 수목원'으로 그 임무는 관계법률에 명시돼 있다. 모두 68명의 전문가가 관련연구를 수행 중이다.

▶최근 많은 환경변화에 따라 국민들은 삶의 질과 가치를 중요하게 인식하게 됐고, 이에 따라 치유 분야가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산림청에서 산림치유정책이 시행한지도 17년이 됐다. 국립수목원에서 치유와 관련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경기도 포천 광릉 국립수목원 전경[네이버 블로그 캡처]
경기도 포천 광릉 국립수목원 전경[네이버 블로그 캡처]

- 산림청의 산림치유는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울창한 숲을 국민에게 휴양을 넘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영국의 원예치료 활동인 'Green Gym'과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의 숲을 기반으로 한 요양마을 개념을 한국 현실에 맞게 도입한 셈이다. 이후 전국에 '치유의 숲'을 비롯해 대규모 산림치유시설인 '국립산림 치유원(연주)'이 조성되면서 국민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됐다.

국립수목원은 지난 5년간 정원 관련연구를 집중하면서, 산림치유가 정책과 연구가 가진 '숲'이라는 공간을 찾아가야 하는 한계를 극복하는 생활 속 정원치유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9년 시작한 '정원산업기반구축 R&D' 연구를 통해 정원이 주는 건강상의 유익함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환경변화 속에서 정서적 질환을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어 2020년에는 정원치유의 개념을 수립했다. 2021년부터는 3년 간 진행한 '사회적 약자 가드닝 프로그램' 연구사업을 추진해 정원치료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했다.

경기도 포천 광릉 국립수목원 모습[네이버 블로그 캡처]
경기도 포천 광릉 국립수목원 모습[네이버 블로그 캡처]

이런 연구를 통해 정원치유가 우울, 불안, 스트레스, 외로움이 감소하고 삶의 만족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매와 경도인지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뇌 전두엽 혈류변화 측정 결과 활동 전보다 혈류량이 8.7% 증가하고,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활동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런 연구 성과를 토대로 정원치유의 개념이 법제화한 만큼 이제 정원치유의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원치유란 무엇이고, 효과를 증진시키려는 국립수목원의 역할과 방안은 무엇인가?

-정원치유란 정원의 다양한 기능과 자원을 활용, 신체적ㆍ정신적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ㆍ증진시키는 활동을 의미한다. 정원치유는 장소와 공간의 다양한 접근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점, 목적에 따른 신체활동 강도를 단계화할 수 있다는 점 등 활동형 치유방법으로 산림치유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목적성에 따라 구분돼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정원치유는 산림치유를 포함해 해양치유, 농업치유처럼 대체의학, 예방의학의 하나로 접근이 가능한 분야로 볼 수 있다.

광릉 국립수목원 내 어린이정원 모습[네이버 블로그 캡처]
광릉 국립수목원 내 어린이정원 모습[네이버 블로그 캡처]

 정원선진국은 이미 지역의료와 연계한 다양한 형태의 자연처방 프로그램 운영하여 의료비 절감 및 노령화 인구의 삶의질 개선을 위한 중점 연구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경우, NHS(National Health System, 영국건강보험)는 정신적·육체적 치유를 위한 사회적 처방요법으로 녹색처방, 가드닝을 확대·장려(2019 Social Prescribing, NHS England)하고 있다. 이 녹색처방의 경제적 혜택 분석(2023)한 결과 82명의 참가자가 1년 동안 3만8646파운드(6508만원)의 의료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에는 34개 주에서 ‘Park Rx America:자연처방 프로그램 운영기관’의 관리하에 전문가들은 자연처방 프로그램(Park prescription, Park Rx)을 제공하여 지역의료기관과 연계한 다양한 자연처방 프로그램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치유정원 네트워크를 운영하여 특정재활(뇌손상 등 신체지료), 사회적처방(정신적, 사회적 질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등 이미 자연을 통한 보건복지 제도가 정착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국가정원 2개소, 지방정원 46개소, 민간정원 125개소로 총 173개소 정원을 권역별로 갖추고 있는만큼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 목적 및 대상에 따라 고도화 된 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하면 많은 국민들이 정원치유의 혜택을 효과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도시민들 사이에 자연을 가까이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맨발걷기 열풍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시민들이 자연을 가까이 하기 위한 방안을 수목원 차원에서 추진 중인가?

- 자연에 대한 인간의 본능은 원초적이라고 본다. 현재 전국 국공립사립수목원은 73개소가 등록 운영되고 있다. 지금도 녹색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조성해 확보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반려식물, 바이오필릭(biophilic)처럼 자연을 실내에 도입시키는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자연과 만나려는 문화흐름도 눈에 띈다.

국립수목원의 연간 방문객 수는 40만여명이다. 국립수목원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만나는 정원'이라는 문화를 모색하기 위해 실내로 자연을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실내정원 모듈을 개발 중이다. 또 자연에 대한 정서적인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전시회를 열어 국민을 만나 인식제고의 노력도 하고 있다. 실내정원 문화를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스마트 치유산업의 효과적인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

긴산꼬리풀[국립수목원 제공]
긴산꼬리풀[국립수목원 제공]

또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산림과 환경교육의 시초나 마찬가지다.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전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을 통한 기후변화교육을 장려하고 있다. 국립수목은 다양한 전시원 조성과 전시교육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방문객들에게 우리나라 식물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 특히 '숲이 오래' 유아전문 교육시설을 통해 유아기부터 지속가능한 생물다양성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초중고 맞춤형 생물종 탐사프로그램과 성인 대상 식물교실 등 다양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이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와 함께 코로나블루 완화를 위해 실시해 효과를 검증한 정원치유 프로그램[네이버 블로그 캡처]
국립수목원이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와 함께 코로나블루 완화를 위해 실시해 효과를 검증한 정원치유 프로그램[네이버 블로그 캡처]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환경을 비롯해 시대적 문화변화가 발전함과 동시에 변화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사회ㆍ환경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정원을 통해 이런 어려움을 완화시키고, 특히 고령화인구의 외로움, 청소년들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저감할 수 있는 지속가능 발전교육과 정원치유를 육성하려고 한다.

▶향후 산림치유와 정원치유의 미래는 어떠한지? 관련해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원치유, 산림치유 뿐 아니라 농업치유, 해양치유 등 최근 많은 치유분야가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치유 관련 정책의 목적은 국민 건강과 행복 증진으로 같다고 본다. 따라서, 여러 치유 정책들이 적재적소에 도입되어 각기 기능을 십분 발휘되고, 관련 치유프로그램이 우리나라 복지전달체계에서 운영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자연을 통한 보건복지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광릉 국립수목원의 전경[네이버 블로그 캡처]
광릉 국립수목원의 전경[네이버 블로그 캡처]

특히, 정원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늘어나는 정원 인프라는 보건복지 기능에서 더 나아가 소멸되는 도시에 특색을 입혀 도시재생의 효과, 관광의 활성화, 소외 지역의 문화수준 증진 기능 등 사회문제를 정원에서 해결하는 정원의 르네상스 시대를 가져 올 것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시작되었고 생겨나는 많은 문제는 우리가 시작된 자연으로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 지방소멸, 저출산, 고령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산림치유와 정원치유가 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