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 순둥순둥하고 유한 매력의 소유자이자 제주기상청 관측관인 차은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배명진/ 사진= JTBC 제공.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 순둥순둥하고 유한 매력의 소유자이자 제주기상청 관측관인 차은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배명진/ 사진= JTBC 제공.

"깡패, 택배기사, 교도소 목공반장, 형사, 정책 보좌관, 남자 간호사..."

이들의 공통점은 최근 종영한 '웰컴투 삼달리'의 기상청 관측관(차은우 분) 배명진의 필모그리피에 등장하는 배역들이란 점이다. '웰컴투 삼달리'에서 보여준 순박하고 후덕한 외모와는 차이가 크지만 늦깎이 신인 배우로 살아온 지난 10년여의 흔적이자 소중한 자산인 셈이다.

지난 19일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극본 권혜주·연출 차영훈)' 종영을 맞아 글로벌경제신문과 만난 배명진은 "선생님 같은 작품을 만나 많은 걸 느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배역 이름이 차은우(그룹 아스트로 멤버 겸 배우)여서 욕먹을까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다수의 연극과 뮤지컬을 통해 연기력을 쌓아온 그는 2016년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남자간호사로 등장하면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2017년 보안관과 '샤크 더 비기닝(2021)' 등 영화와 드라마 '설강화'과 '홍천기(2021년)' 등 최근 7~8년간 출연한 작품만 25편에 이른다.

드라마의 인기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화제의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는 지난 21일 닐슨코리아 집계(유료 가구수 기준) 최종회 순간 시청률 14.3%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특히 4.8%를 기록한 2049 시청률이 눈길을 끌었다. 같은 날 방송된 모든 채널 프로그램 중 1위였다.

타깃 수치인 '2049 시청률'은 작품의 화제성과 경쟁력 등을 상징한다. 통상 시청률이란 10대 이하서부터 60대 이상 남녀 인구 모두를 총괄하는 개념이지만, 제작자나 광고주 등은 구매 성향이 뛰어난 20세부터 49세 사이의 연령층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배명진은 "차은우는 삼달의 고향 친구 중 가장 순둥순둥한 캐릭터였지만 연기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방영 초반부터 조용필(지창욱 분)과 차은우 등 배역명 등이 화제가 되면서 자칫 잘못 연기해 실제 차은우의 팬들에게 큰 욕을 먹는 건 아닐지 걱정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외모적 변화였다. 후덕하고 푸근한 이미지의 차은우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바가지머리로 변화를 줬다. 동글동글한 스타일의 안경 또한 성에 차지 않아 10kg 가량 살을 찌웠다. 최근 작품인 샤크와 택배기사, 최악의 악 등에서의 배역과는 전혀 다른 변신이었다.

배우 배명진이 출연한 샤크 더 스톰(TVING)과 기상청사람들(JTBC), 택배기사(넷플릭스), 살인자의쇼핑목록(tvN) 등 작품속 배역의 스틸 컷(왼쪽 사진부터 시계 방향)/ 사진= 각 제작사 제공. 
배우 배명진이 출연한 샤크 더 스톰(TVING)과 기상청사람들(JTBC), 택배기사(넷플릭스), 살인자의쇼핑목록(tvN) 등 작품속 배역의 스틸 컷(왼쪽 사진부터 시계 방향)/ 사진= 각 제작사 제공. 

'악랄'과 '순박' 등 급격한 캐릭터 변화가 어렵진 않았을까. "사실 차은우는 표출하는 연기 보다는 절제되고 안으로 내공이 쌓여 있어야 가능한 역할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중 가장 힘들었다"며 "고민도 많았지만 연기 공부에 큰 도움이 된 소중한 작품이었다"고 평가했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그만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그는 "3년 전쯤 연기에 발전이 없다는 느낌에 심한 매너리즘에 빠진 적이 있었다"며 "당시 명상과 일기쓰기로 멘탈을 바로 잡을 수 있었는데, 이후 작품 전후 캐릭터 잡는데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지금도 매일 수행중이다"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건 국내·외 주요 OTT에서의 활약이다. 디즈니+의 최신작 '최악의 악'이 대표적이다. 주인공 권승호의 룸메이트 깡패 용대 역을 맡은 그는 "나보다 싸움 잘하면 형이지, 나보다 많이 알면 형이지"란 명대사로 온라인 상 각종 밈과 패러디를 낳기도 했다. 

그 밖에 넷플릭스(택배기사)와 , TVING(샤크 더 스톰), wavve(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등도 최근 1~2년 새 주요 OTT 채널중 그가 출연한 작품들이다. 특히 TVING의 '샤크 더 스톰'에서는 섬뜩한 연기와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팔색조 배우'란 수식어를 이끌어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연기자로서 그의 바람은 무엇일까. 그는 "어떤 역할이든 대사 한 줄, 단어 하나 하나에 눈 빛과 표정 등 세심하게 챙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며 "차근차근 한 계단씩 꾸준히 발전해 나가는 배우, 그런 연기자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채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뜬금 없는 예능 타령을 했다. 그는 "인생 영화가 '달콤한 인생'인데 아주 강력한 캐릭터의 역할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며 "반대로 코믹스럽고 유쾌하고 역할도 관심이 많은데, 기회가 된다면 '전지적 참견시점' 같은 예능에도 나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제 좌우명은 '지금이 순간을 살자' 입니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게 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유롭지만 책임질 줄 아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할 줄 아는 속 깊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웃음)."

유정우 선임기자 seeyou@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