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의 반도체주들은 끝없이 '상승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 반도체주는 왜 오르지 못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할까. 한국의 반도체주가 한국증시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이같은 디커플링이 한국증시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결과를 낳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가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2.5% 상승하며 시총이 1조5천억달러를 돌파했다. 자료=인베스터 비즈니스 데일리
  엔비디아 주가가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2.5% 상승하며 시총이 1조5천억달러를 돌파했다. 자료=인베스터 비즈니스 데일리

 ◇ 美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시총 1조5천억달러 돌파...삼성전자의 5배 육박

 美반도체주 대장주인 엔비디아주가는 24일(현지시간) 2.5% 상승하며 시총 1조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1.5% 상승한 것을 비롯해 , 대만 TSMC 2%, AMD는 5.8% 급등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해 초 주당 148달러에서 현재는 610달러를 돌파했다. 3배 넘게 올랐다. 

 삼성과 자주 비교되는 대만 TSMC도 20% 넘게 오르며 시총 6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 시총은 3300억달러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연간 매출은 TSMC의 4배에 달한다.

 물론 SK하이닉스는 지난해와 올해까지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결국 삼성전자의 부진이 한국증시의 부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국내 증시는 이 같은 강세에서 소외된 채 연초 이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부진한 중국 증시와 동조화된 모습이다. 

 연초 이후 지속된 조정으로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음에도 중국에 발목이 잡히며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업체인 대만 TSMC의 영업이익과 주기 추이. 자료=유진투자증권
  글로벌 파운드리 1위업체인 대만 TSMC의 영업이익과 주기 추이. 자료=유진투자증권

 ◇ 중국에 발목 잡혀 동반 부진...세부적으론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

 코스피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중국 증시에 동조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통계적으로 코스피의 방향성은 미국 증시에 연동돼 움직이는 경향이 있으나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증시와의 상관성 추이가 다소 둔화되고 중국 증시와 상관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증시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연초 단기 조정을 보이며 재차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이차전지 우려 등으로 미국 랠리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 부진으로 중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변 연구원은 "중국 경기의 순환적 반등 흐름이 제한되며 하강 압력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회복 효과 역시 반짝 회복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장기간 지속하다 올해 1월에 플러스 전환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인데 수출 회복 강도는 중국의 정책 실망감에 따른 경기 부진 지속으로 올해 하반기 발생할 수 있는 피크아웃(고점 통과) 리스크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기 부진이 거시적인 분석이라면 미시적으로는 결국 실적 부진이 원인이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실적 추이 및 전망. 자료=IBK투자증권
  삼성전자의 분기별 실적 추이 및 전망. 자료=IBK투자증권

 삼성전자는 올해 초 잠정실적에서 4분기 매출이 67조원, 영업이익 2조8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매출 71조원 영업이익 4조원을 크게 하회한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결국은 메모리의 부진으로 ASP 상승률이 D램은 10%대 초중반, 낸드는 10% 수준에 머물렀다"며 "일회성 비용증가도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한화투자증권의 김광진 연구원은 "AI는 삼성전자에 분명한 기회요인이긴 하지만 2분기부터 메모리 가동률 정상화로 인한 가격의 방향성이 우선"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이 미국 대비 상대수익률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과 중국 경기 반등을 노려야 한다"면서 "하지만 당장 실적 개선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