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사진=연합뉴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사진=연합뉴스

자본시장연구원(이하 자본연)은 25일 ‘2024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실물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산재한 가운데 올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수치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연간 GDP 성장률(1.4%)보다는 개선된 수치지만, 한국은행이 예상하는 올해 GDP 성장률 ‘2%대 초반’ 보다는 낮았다. 

신진영 자본연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개최한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올해는 경제 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중 무역 분쟁 등이 경제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 원장은 "특히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불거진 국내 부동산 PF 부실은 건설 부문의 신용도 악화뿐 아니라 금융기관 건전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백인석 자본연 거시금융실장은 주제 발표에서 "올해 정보기술(IT) 부문 수출 개선, 민간 소비 회복 등으로 한국 GDP 성장률은 1.9%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2.2%)와 한국은행(2.1%)의 전망치보다 낮은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각각 2.2%, 2.3%를 제시한 바 있다.

자본연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등으로 하반기 들어 오름폭이 축소되면서 2.7% 수준으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하반기 두 차례 인하돼 연말에는 3.0% 수준으로 내릴 것이라고 백 실장은 설명했다.

다만 그는 "부동산 PF 위험이 국내 경제의 핵심 위험 요인"이라며 "여전히 부동산 PF 수익성이 악화하고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건설업 경기가 위축돼 실물 경제가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의 경우 견조한 고용 여건을 바탕으로 연착륙하면서 1.6%의 GDP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시장 안정 등에 물가상승률(2.3%)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목표치에 근접하면서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인하해 4.5% 수준으로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실장은 "시장은 1분기부터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예상하나 경제지표에 의존적인 연준의 통화정책 운영 양상을 보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백 실장은 물가상승률은 하반기에 2%대 초반까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백 실장은 “올해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2.7%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물가 상승폭)은 상반기에는 3% 이상이다가 하반기에는 2% 초반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지난해 12월의 전년 대비 CPI 상승률은 3.2%를 기록했다.

이효섭 자본연 금융산업실장은 "올해 PF 부실 우려로 증권업 자기자본이 작년 수준에서 정체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이라며 "아울러 올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만기 도래로 약 4조∼6조원의 투자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ELS 불완전판매 이슈로 은행 채널 등의 ELS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보여 증권사의 자금 조달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증권사는 부동산 PF 부실 대비 충당금 규모를 늘리고 PF 익스포저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며 "홍콩 H지수 ELS 판매 감소 대비 자금조달 창구를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발행어음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재칠 자본연 펀드·연금실장은 "지난해 말 기준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정점 대비 하락 폭은 각각 21%, 25%로, 고금리 상황 속 경기 둔화와 재택근무 등으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선순위 대출로 인해 부동산 펀드 지분 투자자의 손실은 펀드에 편입된 부동산 가격 하락보다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