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주요 뷰티 업체가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판매 창구인 면세채널의 부진과 중국 시장의 침체, 해외 법인의 구조조정 등이 영향을 끼친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뷰티업체들은 중국 외 다른 해외 시장을 확대할 기회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또 중국에서도 재도약 기회를 엿보겠다는 계획이다.

위쪽부터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로고.(사진=각 사)
위쪽부터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로고.(사진=각 사)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 4조213억원, 영업이익 1520억원의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5%, 영업이익은 44.1% 감소한 수치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지난해 매출 6조8048억원, 영업이익 4870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5.3%, 31.5% 줄어든 수치다.

아모레퍼시픽과 면세와 중국 매출의 감소를, LG생활건강의 경우 중국 매출 감소와 해외 구조조정 영향을 실적 부진 이유로 들었다. 특히 두 회사 모두 공통적으로 중국 사업 부진을 꼽았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모두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려 수년째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약 16%, LG생활건강은 약 11% 수준이다.

실제로 중국 매출 비중이 더 높은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4.1% 감소하면서, 같은 기간 31.5% 감소한 LG생활건강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업의 회복이 더딘 것도 이들 업체의 실적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 화장품 업체의 매출 비중 중 면세점 비중이 40% 이상이다. 면세 실적은 방한한 중국 보따리상(따이궁)과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견인하고 있는데, 이들의 유입이 지연되면서 화장품 업체도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

결국 중국 고객이 국내 뷰티업계 실적 회복의 키(Key)인데, 문제는 최근 중국 시장 내에서 자국 브랜드 선호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브랜드들의 제품 수준이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서 중국인들의 소비여력이 낮아지자 한국산 고급 제품 보다는 저렴한 자국산 화장품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광군제에서는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중국 업체인 '프로야'가 로레알 등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누르고 판매 1위를 기록한 반면, LG생활건강의 '더후'는 8위에 그치면서 중국 소비자들에 인기가 높았던 국내 럭셔리급 뷰티제품의 선호도는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중국 경제 상황이 나아진다면 뷰티업계는 한숨 돌릴 수 있겠지만, 증권업계 등에서는 중국 경제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 등 다른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두 회사는 북미, EMEA(유럽·중동 등), 일본,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다각화를 통해서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자회사로 편입시킨 '코스알엑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회사는 북미, 일본, 동남아 등 해외 사업 매출이 90%에 달하며, 이 중 절반이 북미 시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알엑스는 올해 매출 4258억원, 영업이익 136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한다. 오는 5월 연결 실적에 포함되면, 아모레퍼시픽이 실적 부진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은 미국 시장에서 에이본 등 방문판매 중심이던 사업을 효율화하고 더페이스샵과 빌리프 등 중저가 브랜드의 진출을 확대하고, 일본 시장에서는 CNP 등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와 힌스 등 색조화장품 브랜드를 통해 현지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여전히 비중이 큰 중국 시장도 두 회사는 재도약의 노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부터 리브랜딩 중인 '더후'를 통해 중국 시장을 다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이 지난해 창립 기념식에서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중국 시장에서의 재도약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