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CB 6개월간 주가 변화 ( 사진 = 구글 증권 갈무리)
NYCB 6개월간 주가 변화 ( 사진 = 구글 증권 갈무리)

미국의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주가가 전날 40% 가까이 폭락한 데 이어 1일(현지시간) 장중 10% 넘게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상업용 부동산발 은행권 위기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연합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가 미 은행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본과 유럽에서도 실적 악화를 발표한 은행들의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NYCB 주식은 오전 11시 42분께 기준으로 전날보다 12.6% 급락한 5.66달러에 거래됐다.

NYCB는 전날 37.6% 폭락한 데 이어 이틀째 두 자릿수대 내림세를 기록하면서 10달러대였던 주가는 이틀 새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작년 4분기 예상치 못한 순손실을 기록한 데다 배당금의 대폭 삭감을 예고한 게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날 NYCB를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려 투기 등급으로의 등급 하향을 예고했다.

무디스는 "뉴욕 오피스 및 공동주택 부동산 부문에서의 예상치 못한 손실, 이익 감소, 자본금 감소, 시장성 자금조달 비중 증대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은행 재무제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사업 구조가 유사한 다른 지역은행들의 주가도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밸리내셔널뱅코프, 시티즌스파이낸셜그룹, 리전스파이낸셜코프 등 다른 주요 지역은행들도 전날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오전 장중 5∼10% 내림세를 이어갔다.

KBW 지역은행 지수는 전날 6% 급락해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BV) 파산 사태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오전 장중 4%대 하락세를 이어갔다.

NYCB에 실적 충격을 안긴 미국 내 상업용 오피스 시장의 침체는 금융시장에 충격을 미칠 수 있는 취약 고리로 일찌감치 예견돼왔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비용마저 크게 불어나 대출 부실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회사 트렙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대출과 부동산담보증권으로 전환된 대출의 연체율은 6%로, 팬데믹 이전의 1% 미만에 비해 급등한 상태다.

지난해 SVB 사태의 경우 금리 급등으로 촉발된 예상치 못한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배경이 됐다면 NYCB 주가 급락은 예견된 대출 부실화 확대가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앞서 NYCB의 자회사는 지난해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의 대출자산 일부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린 바 있다.

한편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에 따른 은행권 실적 부진 소식은 일본과 유럽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일본의 아오조라 은행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손실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전날 도쿄증시에서 주가가 20% 넘게 급락하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도 작년 4분기 미국 부동산 관련 손실 충당금을 1억2천300만유로로 1년 전보다 4배로 많이 쌓았다고 발표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에 따른 은행권 영향은 앞으로 지속해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엘리자베스 듀크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NYCB는 자산 규모가 1천억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에 이번 실적발표부터 더 강력한 감독규제를 적용받게 됐다"며 "자본금 이슈라기보다 대출 자산의 질 이슈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부실은) 이게 전부다'라고 말할 때 실상은 전부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신용 이슈는 유동성 이슈보다 천천히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