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바깥미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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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바깥미술 두물머리展 “잇·다”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지난 2월 3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일대에서 개막돼 오는 2월 14일까지 계속된다.

바깥미술 두물머리展은 1981년 <겨울, 대성리 31인전> 이후 국내외 야외현장에서 현장설치미술전을 개최하던 바깥미술회가 한국 야외설치미술의 새장을 연지 올해 43년째로 북한강과 남한강이 흐르는 양평 두물머리에서 열리는 전시회이다. 

이번 2024 바깥미술 두물머리展 “잇·다”는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두물경에서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5일 동안 작가들의 현장 체류 설치 작업을 통해 태어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겨울철 야외 설치 전시이다. 

이번 “잇·다” 전시회에는 김보라, 김용민, 김정도, 김창환, 손민형, 이호상, 임충재, 유도희, 정하응, 정혜령, 최운영, 하전남, 하정수 국내 작가 13명과 함께 일본인 쿠로다 마사유키(Kuroda Masayuki) 작가 총 14명이 참여해 총 17개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 “잇·다” 전시회는 양평군과 양서면이 후원했으며 바깥미술회 정하응 작가가 기획했다. 전시의 주제인 “잇·다”는 물(物)화 된 개념으로 자연을 대상화하는 것이 아닌 공공(公共)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며 두 강, 즉 남한강과 북한강의 경계가 만나는 장소에서 강과 강이 이어지고 자연과 인간이 이어져 회복하는 몸짓을 펼치기 위한 전시이다. 자연의 힘이야말로 우리 모든 생명의 힘이요, 근원인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바깥미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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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의 전시 작품을 살펴보면 김창환 작가의 '갈때를 생각하며--' 작품이 전시회 입구 첫번째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김창환 작가의 작품은 총 3개로 갈대, 알루미늄 등을 소재로 구성되어 있고 첫 번째 작품 소재인 '갈대'로 인해 '갈대를 생각하며'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김창환 작가의 3번째 작품에서 나뭇사이로 하늘에 매달린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형상에서 ''갈때를 생각하며--'에서 처럼 “사람은 누구나 떠난다..모두 갈때가 있다”라는 평범한 진리에 대한 공감을 관객들에게 자아내게 한다.

유도희 작가의 '두물머리 위에 그리다' 작품은 자연에 그림을 그려 보는 심정으로 작품의 소재인 고무가 먹을 상징하며 자연을 그리는 것이 아닌 자연 속에 작가의 터치를 넣어 본다는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사진=바깥미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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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에선 일본 Kuroda Masayuki 작가는 '들머리(入口)'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마사유키 작가는 일본 나가노현 오마치에서 매년 개최되는 '원시감각미술제'의 참여 작가로 이번에 초대되어 “잇・다” 전시회에 본인의 작품을 선보였다. 쿠로다 마사유키 작가는 '들머리(入口)' 작품은 한국의 장승에서 영감을 받아 일본의 신석기시대 중 기원전 1만 4900년부터 기원전 300년까지의 시기인 조몬 시대(일본어: 縄文時代)의 회오리 모양의 뱀 두마리가 어울려 있는 모습을 나무 원통에 조각했다. 쿠로다 마사유키 작가는 장승을 세우는 일은 다음 오는 사람을 위한  표식인 동시에 입구를 인식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사람은 그 앞에 갈 수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김용민 작가는 '버드나무 정원아래서..Down By The Sally Gardens..' 작품은 지난해 작가가 전시한 '버드나무 정원 아래서..Down By The Sally Gardens' 작품을 이용해 새로운 의미의 동일한 제목의 작품을 창조했다. 특히 작품 속 사람의 형상으로 이어진 버드나무 숲이 관객들에게 살아 있는 생명을 느끼며 정원을 산책하는 편안함을 준다.

사진=바깥미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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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전남 작가의 '나 여기 있어' 작품은 두물머리에 자생하는 나무에 가시는 없지만 나무가 자신을 방어하고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자란 가시를 한국의 한지와 일본의 화지를 통해 형상화해 표현했다. 아울러 가시가 난 나뭇 사이로 난 길은 방 모양의 형태에 이어지는데 작가는 그 방을 나무의 뇌를 의미하며 그 공간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바람을 느끼고 새 소리를 듣고 하늘을 쳐다 볼 수 있어 관객이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해보기를 추천하고 있다.

김정도 작가의 '태도가 길을 잇다' 작품은 작품이 끝나는 곳까지 길이 이어져 있으며 그 길 자체는 작가가 직접 작품의 일부분으로 새롭게 만든 길이다. 김정도 작가는 작품을 만들려고 들어온 장소가 너무 멋진데 길이 험해 사람들이 안 들어 오는 것에 길을 작품의 일부로 만들었다. 멀고도 가까운 여행을 떠나 한 걸음씩 굽은 길을 잇고 있다라는 의미에서 인생의 높고 낮음의 부침이 반복해 고통이 수반되는 작가의 작품을 만드는 여정과 비슷한다는 것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바깥미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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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수 작가의 '다시 강변에 서다.' 작품은 몇년 만에 바깥미술전에 복귀하는 심경을 표현하고 있으며 바람 부는 강변에 작가라는 이름으로 다시 선다는 자체가 행복함을 느끼며 20여 년 전의 아이들과 나무 물고기 만들기 추억을 기억하며 작품을 작업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하응 작가의 '낮설게 보기' 작품은 점점 겨울이 따듯해져 가고 있음에 겨울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풍경, 낱말 들의 모든 상징적 의미들이 무용해져 낮설어 지는 날이 올까 라는 느낌을 작품을 통해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정혜령 작가의 '흔들리는 것과 흐르는 것' 작품은 최소한의 재료만을 이용한 작업으로 현장에서 쓰러진 갈대를 일으켜 세우니 마치 대지가 서는 느낌이 들면서 가만히 웅크린 땅이 차가운 공기를 머금고 일어서는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아울러 일으켜 세운 갈대가 아래로 차 있는 공기를 담고 있다가 관객의 움직임으로 마침내 고여 있는 공기가 흐른다는 느낌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사진=바깥미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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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작가의 “길어 올리기” 작품은 광목천에 방수물감, 실, 나뭇가지로 만든 대야 모양의 작품에 두물머리 북한강의 물을 길어 올려 담으면서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은 멀고 막막해 꿈꾸기를 멈출 수는 없지만 날마다 퍼올릴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은유적으로 표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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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충재 작가의 '끔직한 상상3(비닐 쥐)' 작품은 “기후변화와 지구 환경 위기로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주지만 엄밀히 말하면 인간의 위기다” 라는 의미와 함께 다시 기후 변화 위기 전으로 돌아 가길 바라는 심경을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 특히 작품 속 비닐 쥐 13 마리 수는 서양에선 불안·멸망을 의미하기에 그러한 불길함을 더 한층 상징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손민형 작가의 '기억의 단서' 작품은 잔디 밭에 졸린 사람의 얼굴을 표현해 그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서라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최운영 작가의 '올라온다' 작품은 수몰로 인해 강아래 묻혀버린 오랜 시간 강과 함께 해왔을 살아 있는 것들을 기억한다라는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강변에 사람의 손 모양으로 걸쳐진 작품이 주는 이미지가 관객들에게 공감과 함께 특이한 경험을 안겨 주고 있다.

사진=바깥미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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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상 작가의 '갈대와 바람 사이에' 작품은 겨울 들판같은 서늘한 시절, 내 마음에 봄같은 시절이 왔으면 하는 작가의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작품의 소재가 보일러 배관 재료의 폐기물에 색을 입혀 무엇인가 피어 오르는 형상을 연출해 스산한 시절에 피어 오르는 밝은 기운을 상징적으로 연출해 내고 있다.

이번 바깥미술 두물머리展 “잇・다” 전시회 곳곳에서 주변의 자연환경과 개성 넘친 작가들의 생태 친환경적 작품이 하나의 공간으로 어울려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힐링을 선물하고 있으며 동일한 공간 곳곳에서 작년에 전시되었던 작품의 흔적을 찾아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더해 준다. 

한편,  바깥미술회는 지난 2023년 10월 정혜령 작가가 기획한 “내일을 위한 시간”이라는 주제로 AI에 의해 조합된 시각적 산출물을  바깥미술의 '자연'과 '야외설치미술'이라는 작가들의 작품과 접점을 만들어 '도록'이라는 지면의 공간을 전시 연장선이자 실험의 장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시도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미 현장에 설치한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키워드를 작가에게 요청한 후 이를 생성형 AI 프롬프트를 넣은 *AI를 활용한 서브-이미지를 만들었다.이에 현장에서의 전시 작품이 지면으로 연장되어 '도록'을 통해 업데이트 되어 참여 작가의 작업 공간과 작품이 확장됨과 동시에 AI에 의해 조합된 시각적 산출물로 이어짐에  따라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AI와 공존하는 예술의 미래를 고민하며 되돌아 보는 기회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