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의 국내 시장 침투 속도가 심상치 않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지난해 9월 통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모바일 앱 국내 이용자 수는 545만명으로 쿠팡, 11번가, G마켓에 이은 4위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 직접 구매액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간한 '2023년 온라인 쇼핑동향'에 따르면 중국 직구액은 2022년 1조4858억원, 2023년 3조2873억원이다.

중국업체들이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로는 1만원 미만의 초저가 상품들과 해외 직접 구매임에도 배송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5일 이내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배송 속도가 꼽힌다.

적극적인 투자도 이유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2022년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세우고, 지난해엔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배우 마동석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등 인지도를 높였다. 또 올해부터 3년간 100억원을 투자해 한국기업의 지적재산권과 고객 보호 강화하고, 연내 국내 물류센터 건립도 고려 중이다. 알리는 한국 시장에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처럼 중국발 이커머스의 공세가 거세자, 국내 업체들도 '초저가'로 맞불을 놨다. 

우선 11번가는 모든 상품 가격이 900원 단위로 끝나고 가장 비싼 제품 가격이 9900원인 '9900원샵'을 운영 중이다. 저렴한 상품이지만 무료배송을 제공한다.

위메프는 1만원 이하의 패션상품을 선보이는 전문관 '99샵'을 선보였다. 매일 990원의 상품을 추천하고 9900원 이하의 패션·잡화 제품 600여 개를 소개한다. 집업 재킷, 기모 후드티 등을 9900원의 가격에 선보였다.

티몬은 지난달 15일 590원에서 시작하는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는 패션 기획관 '59샵'을 오픈했다. 머리끈과 여성 속옷을 590원에, 티셔츠를 5900원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또 국내 제조사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LG생활건강 제품을 다시 로켓배송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2019년 4월 납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면서 거래를 중단한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갈등을 봉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최근 중국발 이커머스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안방을 뺏길 수 없다는 쿠팡의 의지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발 이커머스의 한계인 '신뢰성'에서 차별점을 보이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65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명품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명품 상품 카테고리를 넓히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파페치가 가진 신뢰성을 쿠팡에 이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발 이커머스는 저렴한 가격이 확실한 경쟁력이다. 국내 업체도 초저가 상품을 선보이면서 맞대응 중이지만 수익을 내야하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가능한 전략은 아니다"라며 "결국 중국 플랫폼의 한계로 지적되는 제품 신뢰도나 교환·반품 과정의 편의성 등 고객 경험 측면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