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올해 ‘전국구 은행’으로의 도약을 본격 추진한다. 제4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는 곳도 줄잇고 있다.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허물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대책으로 ‘신규 플레이어’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겠다고 선언한 결과인데, 기대에 부응할 ‘메기’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 ‘전국구 도전’ 대구은행, 사명 ‘iM뱅크’로…금융위에 본인가 신청

사진제공=DGB대구은행
사진제공=DGB대구은행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은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했다. 향후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본인가를 받게 된다면 대구은행은 국내 최초 지방은행으로 설립된지 57년 만에 전국구 은행으로 도약하게 된다. 또한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최초의 지방은행’이자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에 탄생한 새 시중은행’이라는 타이틀도 가져가게 된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해 7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고 인터넷은행의 신규인가를 적극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시중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장사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 독과점 체제에서 비롯됐다는 판단 하에 현재 과점적 구조인 은행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였다.

대구은행은 즉각 시중은행 전환 의사를 표명하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공식화한 대구은행은 DGB금융지주와 함께 내부 전담조직을 꾸려 시중은행 전환 후의 사업계획을 수립해왔다.

지난해 10월 대구은행 직원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고객 동의 없이 1600여개의 증권계좌를 몰래 개설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시중은행 전환에 암초를 만나기도 했으나 최근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전환에는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다시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더라도 대구에 본점을 그대로 둔다는 방침이다. 대신 사명은 국단위 시중은행으로 고객에게 새롭게 각인되기 위해 ‘iM뱅크’로 변경키로 했다. 57년의 역사성을 담기 위해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iM뱅크와 ‘대구은행’ 간판을 함께 걸고 영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후 비전으로 ‘뉴 하이브리드 뱅크’를 내세우고 있다. 디지털 접근성과 비용 효율성을 강점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 등 지닌 지역은행을 합친 형태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 4번째 인뱅 나오나…유뱅크·소소뱅크·KCD뱅크 ‘3파전’

사진제공=렌딧
사진제공=렌딧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에 이어 4번째 인터넷은행 자리를 노리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예비 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곳은 KCD뱅크, 소소뱅크, 유뱅크 등 모두 3곳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은행’이 되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은행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달 초 새롭게 등장한 유뱅크 컨소시엄은 손해보험사인 현대해상과 중금리 대출 핀테크 스타트업 ‘렌딧’, 세금 신고·환급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 외환 송금‧결제 핀테크 스타트업 ‘트래블월렛’,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 등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유뱅크는 고령층과 외국인, 그리고 소상공인・중소기업 등 그동안 전통 금융권에 접근이 어려웠던 금융 소외계층을 포용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포부다. 유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김성준 렌딧 대표는 “ICT 스타트업과 전통적인 금융 기업이 각자가 보유한 강점을 융합해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 필요한 새로운 은행을 만들어 보자는데 공감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스타트업과 전통적인 대기업의 새로운 상생 협력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지역협의회 등 소상공인 단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소소뱅크설립준비위원회도 지난해 12월 출범식을 열고 소상공인을 위한 인터넷은행 설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내달 중 금융위에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앞서 소소뱅크는 토스뱅크와 함께 2019년 ‘소소스마트뱅크’라는 이름으로 인가에 도전했다가 자본금 조달과 사업계획 미비 등으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한국신용데이터(KCD)도 지난해 KCD뱅크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하고 인터넷은행 설립을 본격 추진 중이다. 현재 KCD는 전국 130만 소상공인 사업장에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제공 중인데, 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 전문 은행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터넷은행 추가 출범 등으로 고착화된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체제가 해소될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에 성공하고 제4 인터넷은행이 나온다고 해도 체급차이가 워낙 커 당장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최초 인터넷은행들에게 기대했던 역할도 메기효과였지만 여전히 기대만큼 부응하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