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10시부터 대한의사협회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관련 대한의사협회 긴급 기자회견 모습/사진=대한의사협회
지난 6일 오전 10시부터 대한의사협회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관련 대한의사협회 긴급 기자회견 모습/사진=대한의사협회

정부의 지난 6일 대학입시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발표에 의료계가 총파업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지지 않고 의사파업에 강경대응 하겠다며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치킨게임'이 현실화될지 우려와 긴장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의대 증원은 27년만에 확대이고 지역·필수의료 위기의 중요 원인으로 의사 수 부족이기에 의대 증원을 추진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의료계는 증원 규모가 애초 1000명대 초반이 될 것이라는 예상보다 많은 2000명씩 10년간 증원이라는 파격적으로 높은 수준에 충격과 함께 의사단체들은 집단휴진, 파업 등 단체행동을 예고하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붕괴, '의사증원과 수가인상' 해결로는 한계..'의료공공성 강화' 병행해야 

이러한 문제의 발단은 한국 시민들이 처한 '의료붕괴'의 현실 때문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답은 의사증원과 수가인상이다. 

정부는 이번 의대 증원의 배경이 2021년 국내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가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전체 OECD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5명) 다음으로 낮다는 점과 함께 의사 수 부족이 지역·필수의료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복지부는 10년 뒤인 2035년도까지 1만 5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이 2035년 의사 수가 1만명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여기에 취약지역의 부족한 의사 수 5000명을 합해 1만5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조사 보고에 기인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주장은 다른 조건은 그대로 둔 채 무작정 의대증원을 한 뒤 낙수효과로 지금의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다소 순진하고 무책임한 정책이다.

더 문제는 2044년도에 저출산과 고령화로 국가인구 소멸 시대가 도래해 2070년에는 현재 2023년 5155만명의 남한 인구가 3765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어 현재에 무책임하게 증원된 의사 수로 인해 의료수가를 감당 못하는 최악의 의료 붕괴 사태가 도래할 수 있기에 현재의 의대증원은 무모해 보인다. 

또한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로는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의대증원안을 살펴보면 ▲공공의대 신설은 계획에 없음 ▲지역의사제(근무지 제한)의 현실감 부족 ▲기존 의대 정원을 “1년에 2천명씩 입학 증원, 2035년까지 1만명 추가졸업” 방식으로 단순히 급하게 증원한다는 내용이 설명해 주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이달 1일에는 의사들을 지역·필수의료로 유도하기 위해 10조원 이상을 들여 지역·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올리고, 필수의료가 취약한 지역에는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해주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이달 4일에는 이를 뒷받침할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으로 지방 병원들의 의사 구인난과 환자들이 새벽 KTX를 타고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다니는 의료 불균형이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응급실에서 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응급환자를 받지 않아 환자들이 구급차를 타고 다른 병원을 전전하다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는 '응급실 뺑뺑이'도 행렬이 멈출 수 있을까?.

일명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로 일컫는 필수의료 분야를 지원하는 의사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고,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쏠림이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이 호전 될 수 있을까?

본 기자는 이러한 문제에 '예'라고 긍정적으로 답하기 전에 망설임이 먼저 앞선다.

그러한 이유로는 현재 국내 의료붕괴의 근저에 존재하는 가장 큰 모순은 의료에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 증원안에는 가장 핵심인 '공공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완전히 누락되어 있다. 

◆의대증원·수가인상과 함께 '공공의대설립' 및 '지역의사제'로 공공의료 강화해야 

한국 의료체계의 특징은 주요한 의료자원 중 두 가지인 병원과 의료인력 모두 전적으로 민간주체에 의해 공급되며 국가는 어떤 조절기능도 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례로 한국 병원의 95%(기관 수 기준)가 민간병원이고, 공공병원은 단 5%에 불과하다. 

이에 민간병원의 95%가 어떤 병원을 어디에 짓든, 어떤 진료를 하든 의사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개인이 정해 각자가 알아서 하도록 두고 공공병원 5%로 의료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해 국가는 손 놓고 있다는 의미이다.

병원 개원과 의사인력의 배출도 마찬가지다. 배출된 의사인력이 어디서 어떻게 근무할지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수단이 전무하다.

의대증원 계획은 지금 정부 안대로 기존의 '무계획성'을 양적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안인 '공공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완전히 전환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계획은 사립대학이 대다수인 기존 의과대학들의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이 전부다. 정부는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증원하겠다 했지만, 중요한 것은 대학의 소재지가 아니다. 

실제로 울산대 의대도 비수도권 의대지만 졸업생들의 절대다수가 서울아산병원으로 인터 및 전문의 지원으로 몰려고 있는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정부가 '지역필수의사제'를 내놓긴 했지만, 이는 현행 제도인 '공중보건장학제도'와 굉장히 흡사해 그 실효성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는 개별 학생의 신청에 따라 일정기간 장학금 등 경제적 지원을 한 뒤 의사 면허 취득 이후 특정 지역에 근무하도록 하는 3자계약(학교-지자체-학생) 형태다.

하지만 의사 개인의 자율 신청에 온전히 위임해버린 공중보건장학제도도  2022년 기준 신청한 학생이 단 한 명뿐으로 실패로 끝났다.

결국 현 정부는 정책에 대한 책임은 등한시 한채 무리한 의대 증원안 계획의 '낙수효과'와 수가인상이 현재 공백인 '필수의료'영역의 충원을 메꿀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현재와 같은 의료환경을 그대로 둔다면 배출된 1만명의 의사들이 정부 의도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의사증원은 의료 공공성 강화라는 큰 방향성 안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현 정부의 의대증원 계획처럼 양적으로만 확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안인 '공공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의과대학을 만들고 여기서 양성한 의사들을 공공의료기관에 배치하는 '공공의대'의 신설로 공공병원의 확충과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일차의료 공공성을 구축하고 지방의료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현실성을 고려해 실제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역의사제' 정책의 방안과 함께 의사인력 증원계획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계획에는 무책임한 시장방임적 의대증원만 공론화되고 있다. 결국 이대로라면 의료취약지역의 주민들이 처한 건강권의 공백, 갈수록 심각해지는 의사 구인난으로 고전하고 있는 지방의료원들의 처지와 필수의료분야의 의료진 공급은 답보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