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 들어갔다는 통보를 받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공천배제' 수준의 페널티를 받게 된 이들은 동시에 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私黨)'이 되고 있다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송갑석 의원은 2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어제 당으로부터 하위 20%에 들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영주·박용진·윤영찬 의원에 이어 네 번째로 자신의 평가 점수를 공개한 것이다.

하위 10% 평가를 전달받은 의원에게는 경선 시 득표한 표에서 30%를 빼고, 하위 20% 평가를 받으면 20%를 감산한다. 이는 사실상 '컷오프'에 달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송 의원은 "(하위 20%에 속한) 31명이 거의 다 비명계라고 하지 않나"라며 "결국 이 정도면 공천 파동이라는 말을 써야 하는 상황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날 '하위 10%' 통보를 받은 윤 의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공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친문(친문재인)계 의원 모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며 "당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이 대표 사당화를 완성하는 쪽으로 가는지 우려가 많았다"고 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한 이철희 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제가 배운 정치학 지식으로는 이건 공천이 아니"라며 "엿장수 맘대로 하는 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공천 잡음이 걷잡을 수 없이 몰아치자 당 원로들도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측은 기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를 통해 "김 전 총리는 오늘 임채정·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과 최근 이 대표의 불공정한 공천에 대한 강력한 유감 표시와 공정한 공천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전 총리 측은 "정세균 전 총리는 미국에 계셔서 참석은 못 하지만 뜻을 같이하신다고 동의했다"고 부연했다.

김 전 총리와 정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와 '원칙과상식' 등 비주류 탈당이 가시화하며 계파 갈등이 고조된 작년 말 이 대표를 각각 독대해 당의 통합과 단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공천 정국에서 당 내홍이 극심해지자 다른 원로들과 더불어 이 대표에게 거듭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한 원로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당이 아주 큰 일이 났다"며 "질 수 없는 총선 판세를 지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공천관리위원회와 당 지도부는 공천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공천심사 결과 발표 뒤 기자들에게 "'비명계 학살' 공천은 없다"며 "모든 공천 심사는 저의 책임하에 원칙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