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사진=고려아연)

다음달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그룹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26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 등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다음달 19일 정기 주총을 열고, 결산배당(주당 5000원) 승인과 신주인수권 및 일반공모증자 정관 변경 안건 등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고려아연 최씨 일가와 영풍 측 장씨 일가 사이 지분경쟁을 둘러싼 주총 안건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지난 2022년 양측 간 지분매입 경쟁으로 본격 촉발된 양측 간 갈등은 지난해 주총 때 정점을 찍은 이후에도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며 이번 주총에서도 표대결 구도가 다시 만들어진 모양새다. 

이번 주총에서 양측 간 쟁점은 두 개 정도로 압축된다. 그중에서도 배당금 규모가 첫 번째 관심사다. 

고려아연 측이 지난 달 이사회를 연 후, 내달 있을 주총 안건을 공개하자, 영풍 측이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은 지난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 등으로 기업가치와 일반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날을 세웠다. 이에 영풍 측은 이번 주총에서 배당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양측이 주총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은 주주권익 보호를 위해 기말배당금 증액을 요구하며 주총 표대결을 예고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이례적으로 23일과 25일, 26일 연달아 발표한 입장자료를 통해 이미 주주환원율이 76.3%로 높은 수준인데, 영풍이 무려 96%에 육박하는 과도한 주주환원율을 요구한다고 맞섰다. 

또한 영풍의 주장은 고려아연 주주가 아니라, 고려아연 배당금이 없으면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탈피할 수 없는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 지적했다. 

뇌관은 또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김우주 현대차 기획조정1실 본부장을 기타비상무이사에, 최윤범 회장을 사내이사와 장형진 영품그룹 고문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해당 안건이 원안 대로 통과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 고문 선임안이 부결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영풍그룹 내 경영권 분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는 영풍그룹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영풍그룹은 광복 직후인 1949년 장병희 회방과 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동업으로 만들어진 기업이다. 영풍그룹은 대중들 사이에서는 '영풍문고' 책 유통 사업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지만, 핵심은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로 국내 시장 점유율 90%에 달하는 '알짜' 고려아연과 전자, 콘텐츠 등 약 27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공정자산 만 16.9조에 달하는 재계 28위(2023년 4월 기준) 대그룹이다. 순위상으로는 HDC, 효성, 호반건설(호반그룹), 코오롱그룹 등보다 높다.

현재 영풍그룹은 장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장형진 ㈜영풍 회장이, 고려아연은 최 창업주의 장남 최창걸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 최윤범 회장이 이끌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최근 이차전지와 수소를 신사업으로 키우는 과정에서 ㈜한화, LG화학, 트라피구라를 파트너로 삼은 후 우호지분으로 섭외하며 지배력을 강화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소 미약했던 지분지배력도 33%(2023년 말 기준)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영풍 측이 최근까지 지분매입에 나서며 양측 간 경영권 분쟁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장씨 측 지분은 32%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다 복잡한 순화출자구조, 계열분리 여부 등에 따라 영풍그룹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이 자칫 길어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