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2개월 연속 올랐다.
작년 분양가 상한제 대상 축소와 공사비 인상 등을 이유로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분양권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판단된다.
5일 부동산R114 등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공개된 분양권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분양권 매매량은 모두 3708건을 나타내 지난해 12월(3137건)에 이어 두 달 연속 올랐다.
현재 분양권의 경우 규제지역인 강남3구와 용산구에선 전매가 전면 금지되고, 비규제지역으로 풀린 지역도 공공택지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에 의해 계약 뒤 일정 기간 매각할 수 없어 거래 가능한 분양권 물량은 제한적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가 컸던 서울은 12월 분양권 매매량이 11건, 올해 1월은 10건에 그칠 정도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신규 아파트 새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전매가 비교적 자유로운 지방 위주로 가격이 저렴한 분양권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746만8000원으로 전년 같은 달(1574만2000원)에 비해 11%가량 올랐다.
서울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713만7000원으로 지난해 1월(3068만4000원)보다 21% 증가했다.
분양권 거래량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이 지난 1월 모두 425건이 신고돼 전월(179건)의 두 배 이상이었고, 충남은 551건의 분양권이 매매돼 전월(286건)에 비해 92.7% 올랐다.
경북은 지난해 12월(241건)보다 73.9% 증가한 419건이 팔려 최근 한 해 사이 가장 많은 매매량을 보였다.
실제 작년 6월 분양한 부산시 남구 대연동 대연 디아이엘 아파트는 최근 여섯달의 전매제한이 완화되면서 지난 1월에만 260건의 분양권이 계약됐다.
지난해 말 분양한 충남 아산시 탕정면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는 지난 1월 154건이 매매돼 두 번째로 거래량이 많았다.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는 지방 기타지역으로 분류돼 계약과 동시에 전매가 가능하다.
수도권에서는 인천(162건)과 경기(548건)의 매매량이 전월(118건, 537건)보다 올랐다.
전문가들은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기존 분양권의 몸값도 오를 것으로 판단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기존 분양권을 찾는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짧게는 분양권 거래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크다.
일단 이달 한국부동산원의 청약시스템 개편 이후 신규 분양이 본격화하면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분양권 거래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도 걸림돌이다.
전달 말 국회는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유예해주는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 주공 재건축)이나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 강동구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 등 상한제 대상 아파트들은 입주 시작일부터 3년간 바로 입주하지 않고 임대를 놓을 순 있지만, 2∼5년의 실거주 의무를 채우지 않는 한 전매는 불가능하다.
이들 단지는 현재 전매제한이 풀려있지만 분양권 매물로는 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처럼 실거주 의무가 걸린 단지는 전국적으로 77개 단지 4만9766세대에 달한다.
경기도가 52개 단지 3만1792세대로 가장 크고, 인천이 13개 단지 9727세대, 서울이 12개 단지 8247세대 순이다.
이 중 벌써 입주가 시작된 11개 단지 6544세대는 유예기간 3년 간 한 차례에 한 해 전세를 놓는 불연속 거주가 허용된다.
부동산 업계는 이 때문에 수도권 실거주 의무 단지들에서 전세물건이 증가해 분양권 전매 시장보다는 전세 가격 안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달 입주가 시작된 강동구 상일동 e편한세상강일어반브릿지는 52건의 전월세 매물이, 오는 6월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강동구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는 현재 170여건의 전월세 매물이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