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특히 농산물 물가는 20.9% 급등했다. 한국은행은 농산물 등 생활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

이에 정부에서는 국민 체감물가를 낮추기 위해 사과와 대파 등 13개 품목에 대한 납품단가 지원 예산을 15억원에서 204억원으로 대폭 확대해 유통업체 판매가격에 직접 연동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농산물·가공식품 가격 안정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농산물·가공식품 가격 안정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으로 이같이 말했다.

송 장관은 "축산물 물가는 안정적이지만 농산물 물가는 지난해와 올해 초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과일과 시설채소 위주로 높은 상황"이라며 "참외가 본격 출하되는 4월까지 소비자 가격이 높은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전방위적 대책을 추진해 국민 체감물가를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로 한 해 전보다 3.1% 상승했다. 지난해 12월(3.2%) 이후 두 달만에 3%대로 올라섰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꾸려져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7% 인상됐다.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10월(4.5%) 정점을 찍은 뒤 지난 1월(3.4%)까지 오름폭이 둔화했지만 넉 달 만에 재차 오름 폭이 높아졌다.

농산물 물가는 20.9% 올랐다. 품목별로는 사과가 71.0% 인상했다. 귤도 사과 대체재로 소비가 증가한 영향으로 78.1% 크게 치솟았다. 신선식품지수는 신선과실이 41.2% 상승한 영향으로 20.0% 올랐다. 신선과일은 1991년 9월 43.9% 상승한 뒤로 32년 5개월 만에 오름 폭이 가장 컸다. 신선채소는 12.3% 인상됐다. 작년 3월 13.9% 인상한 뒤 11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 폭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농식품부는 과일·채소 등 할인지원 예산도 대폭 늘려 지원 품목을 확대하고 전·평년 대비 30% 이상 가격이 오른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할인율도 최대 40%가 적용되도록 할 방침이다.

3∼4월 중 농축산물 납품단가 인하 204억원에 할인지원 230억원까지 모두 434억원을 투입한다.

아울러 국내 공급이 부족한 과일·채소는 할당관세 등을 활용해 해외 공급을 확대한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오렌지·바나나를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만다린(관세율 50→10%, 500t), 두리안(관세율 45→5%, 1천300t), 파인애플주스(관세율 50→10%, 수입전량)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를 적용할 계획이다.

대파는 봄대파가 출하되는 5월 이전까지 할당관세 물량을 3000t 추가하고 건고추는 저율관세율할당물량(TRQ) 비축분 760t을 방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농식품 물가 불안에 총력 대응하기 위해 현 수급상황실을 비상수급안정대책반으로 즉시 개편해 가동한다. 매일 점검 회의 개최를 원칙으로 농축산물 수급 동향과 가공식품 물가 상황을 집중 점검한다.

송 장관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업들의 협조도 당부했다. 그는 "가공식품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식품기업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식품기업과의 간담회를 개최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국제 원재료 가격 하락분이 식품가격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의 추세적 둔화 흐름이 매끄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2월 물가상승률에 대해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월 수준에서 유지됐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을 중심으로 지난달보다 높아졌는데, 이는 지난 전망 당시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재보는 "농산물가격이 과실·채소를 중심으로 오름폭이 확대됐으며, 석유류 가격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하락폭이 축소됐다"며 "근원물가의 경우 상품가격 오름폭이 다소 확대됐으나 서비스물가는 개인서비스를 중심으로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김 부총재보는 향후 물가 경로가 울퉁불퉁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평가했다.

김 부총재보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다면 낮은 내수 압력 등으로 추세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농산물 등 생활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 흐름은 매끄럽기보다는 울퉁불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 국내외 경기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