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식품업체 CJ제일제당이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 입점했다. 이번 입점을 시작으로 국내 식품업체가 잇따라 중국 이커머스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 이커머스에서 나오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 알리는 한국 브랜드관인 K-venue(베뉴)에서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인 햇반, 김치, 비비고 만두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알리는 CJ제일제당 입점을 기념해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인기 제품에 대해 최대 70%의 할인을 제공하는 것. 이는 CJ제일제당 공식몰보다 저렴한 값이다.

CJ제일제당 측은 "제조업체가 새로운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판매처를 늘리는 것은 사업 성장은 물론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알리 앱 화면 캡처)
(사진=알리 앱 화면 캡처)

CJ제일제당의 알리 입점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쿠팡과 납품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 유통업계 1위 사업자로 입지를 굳히는 것은 CJ제일제당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유통-제조사 간 오랜 갈등의 원인인 '가격 결정권'을 쿠팡에 내어줄 수도 있고, 제품을 납품하지 않는 CJ제일제당을 향해 불만을 표하는 소비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런 상황에 알리라는 대체재가 손을 내민 것이다.

알리 역시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쿠팡이 갖추지 못한 상품이 필요했는데, CJ제일제당의 식품 브랜드가 제격이었던 셈.

한편 국내 이커머스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의 입점을 계기로 국내 식품업체들의 중국 이커머스 입점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알리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또 이를 위해 무료 수수료 혜택 등 수익까지 포기하면서 적극적인 입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어, 제조사는 당장 저렴하게 판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이커머스는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와 테무, 쉬인의 국내 앱 사용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알리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81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130%) 늘었다. 이로써 11번가를 제치고 국내에서 쿠팡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한 쇼핑 앱이 됐다. 

지난해 7월 진출한 테무도 1년도 안 돼 MAU 581만명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국내 종합몰 앱 상위 5개 업체 중 2개 곳이 중국 이커머스인 상황이다.

(사진=와이즈앱리테일굿즈)
(사진=와이즈앱리테일굿즈)

입점 제조사도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알리 K베뉴 입점사는 초기 5개사에서 꾸준히 늘어 현재는 국내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업체 대부분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아직 입점하지 않은 동원F&B나 대상, 삼양식품, 풀무원 등도 1분기 내 입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가 중국 제조사가 생산한 공산품과 국내 제조사가 생산한 식료품을 통해 '저가'라는 강점은 유지하면서 '신뢰성 확보를 통한 이미지 쇄신'을 이뤄내고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라 쿠팡을 넘어설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지만, 이커머스업계가 중국 업체의 행보에 영향을 받는 만큼 이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