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국내 유통 환경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 회장 체제 신세계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8일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 후 18년 만의 승진 인사다. 정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 총수 역할을 유지한다.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도 자리를 지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신세계그룹)

이번 인사는 지난해 이마트의 실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연결 기준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7.3% 감소한 1880억원에 그쳤다.

이런 와중에 핵심 사업인 유통 사업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2010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약 32조원에 달해 이마트(29조4000억원)를 추월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진출로 온라인 유통 시장도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SSG닷컴과 G마켓이 적자 늪에서 시달리는 동안 중국 이커머스는 사용자를 전년 대비 2배 이상 확보하면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한 박자 빠르고,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전략과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하다.

즉, 이번 인사는 정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신세계그룹)

업계에서는 정용진표 신세계그룹 첫 해인 올해,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 정 회장이 현장에 나서고, 전략회의를 개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정 회장은 승진 이전부터 대대적 혁신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11월 17일 계열사들의 성과총력 체제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존 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로 개편했다.

같은달 20일과 28일 두 차례 진행된 경영전략실 전략회의에서는 "경영전략실은 군림하는 조직이 아니라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이 연구하고 가장 많이 일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각 계열사가 갖고 있는 잠재적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또 모든 인사와 보상은 철저하게 성과에 기반할 수 있도록 신세계그룹 전체의 인사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정 회장은 "기존의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한다"며 대대적인 혁신을 재주문함과 동시에 "기업 활동의 본질은 사업 성과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재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수익성 강화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정 회장 승진의 의미가 가볍지 않다"며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로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은 막중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