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식료품 물가가 7% 가량 급등하면서 연초부터 먹거리 물가에 적신호가 켜졌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나타면서 가계의 먹거리 소비도 줄어드는 양상이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2월 식료품 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일 기간보다 6.7% 상승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1∼2월 기준으로 2021년(8.3%)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월별로 들여다보면 식료품 물가의 증가율은 지난해 9월 5.3%(전년 같은 달 대비 기준)에서 10월 6.9%로 치솟은 뒤 지난 1월(6.0%)까지 넉 달 연속 6%대를 기록하다가 전달에 7.3%로 커졌다.
식료품 물가 증가율이 7%대를 나타낸 것은 재작년 10월(7.5%)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최근 식료품 물가의 증가는 과일값의 급등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작황 부진 등으로 사과값이 인상하고 따라서 대체 수요로 귤 등의 값도 동시에 인상하면서 과일 물가는 고공 행진 중이다.
식료품 가운데 과일 물가지수는 전달 161.39(2020년=100)로 한 해 전보다 38.3% 치솟았다. 이는 1991년 9월(43.3%) 이후 3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전달 채소 및 해조도 지난해 3월(12.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 폭인 11.3% 인상하면서 식료품 물가를 끌어올렸다.
고물가에 가계의 실질적인 식료품 소비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인 이상 세대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은 지난해 4분기 평균 40만9000원으로 한 해 전보다 2.4%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 영향을 배제한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실질 지출은 3.9%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물가로 식료품에 지출한 돈은 증가했지만, 실질적인 소비량은 감소한 것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실질 지출은 2021년 4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7개 분기째 하락을 나타냈다. 지난해 3분기에 1.1% 반등했지만, 재차 하락세로 돌아서는 양상이다.
또 다른 먹거리 소비인 식사비(외식비)의 실질 지출도 지난해 4분기 0.2% 하락했다. 지난해 2분기(-0.8%), 3분기(-2.0%)에 이어 3개 분기째 '마이너스'(-)다.
더욱이 저소득층의 소비 하락 폭이 컸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세대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실질 지출은 7.7% 하락했다. 2분위(-1.5%), 3분위(-2.2%), 4분위(-4.0%), 5분위(-4.5%) 등 타 세대보다 하락률이 컸다.
1분위의 식사비 실질 지출도 5.8% 줄어 2분위(-4.2%), 3분위(3.1%), 4분위(0.0%), 5분위(0.8%) 등 다른 분위보다 하락 폭이 높았다.
먹거리 물가의 오름이 저소득층에게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