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가 11개월째 하향 보합세인 근원물가 흐름과는 반대로 고공행진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 물가 인상률이 치솟으면서 근원물가 인상률과의 괴리는 40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의 격차를 보였다.

석유륫값 변동성까지 높아지면서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방향 최우선 목표인 '물가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2%대 중반 근원물가, 신선식품과 17.5%p 괴리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전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10.34(2020년=100)로, 지난해 동월보다 2.5% 인상했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인상률은 지난해 3월 4.0%에서 4월 3.9%, 5월 3.8%로 감소하다가 6월 3.3%까지 낮아졌다.

이듬달 3.2%로 하락한 뒤 지난해 8∼10월 3.1%를 유지했다. 지난해 11월(2.9%)에는 20개월 만에 첫 2%대로 들어섰다.

그 뒤 지난해 12월 2.8%, 지난 1월 2.5%로 추가 감소해 전월 동일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반해 신선식품 물가지수는 전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0.0% 치솟았다. 2020년 9월 20.2% 오른 뒤 3년 5개월 만에 최대 인상 폭이다.

신선식품 지수는 신선 어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 또는 계절에 의해 값 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한 지수다.

더욱이 기상 여건과 작황 부진의 영향으로 과일과 채소 물가가 급등하면서 신선식품 지수가 큰 폭으로 인상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신선식품 물가상승률 지난해 7월 2.2%에서 커지기 시작해 같은 해 작년 10월(13.3%) 두 자릿수대에 들어섰다. 지난해 12월(14.5%)과 지난해 1월(14.4%)에는 나란히 14%대를 나타냈다.

전월 기준 신선식품 물가인상률(20.0%)과 근원물가 인상률(2.5%) 차이는 17.5%p에 이른다.

두 지수 물가인상률의 괴리는 재작년 10월(18.6%p) 이후 가장 높다.

▶ 경제정책 최우선 목표 '물가안정' 제동?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 1번으로 '민생경제 회복'을 내걸었다. 이 가운데에서도 첫 번째는 '물가·서민생활 안정'이다.

명확하게 정부는 "상반기 중 2%대 물가 조기 달성을 위해 범부처 총력 대응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급등하는 농산물값과 국제유가 인상 영향으로 정부의 상반기 가운데 2%대 조기 달성 목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더욱이 사과처럼 수입되지 않는 과일은 가을 수확 철이 오기 전까지 값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3∼4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단 이런 정부 대책이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되려 할인 지원으로 계속 수요를 돋운다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일 가격이 강세인데 보조금을 지급하면 물가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정부가 상반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65%를 조기 집행하겠다고 해 수요가 강하다. 물가가 잡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과일값 안정세에는 공급과 수요 분산이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원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건 물가는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으로 통화정책의 효과는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산물은 비축 물량을 풀거나 할당관세로 대체 과일의 수입을 늘려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최근 오렌지·바나나 주요 과일을 직수입하고 수입 과일 3종(만다린·두리안·파인애플주스)에 관해 추가 관세 인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할인지원은 사과값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차원이며, 대체 과일로 수요 분산도 병행하고 있다"면서 "물가가 경로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으나 유가와 기상 등 요인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