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배터리를 활용한 차량들
SK온 배터리를 활용한 차량들

 

배터리 관련 업계가 전기차 배터리 급속충전 속도를 끌어올리는 기술 개발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차를 급속충전으로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하려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이를 10분 안팎으로 단축 가능한 배터리 개발이 목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는 배터리 충전 속도와 관련한 여럿 기술과 제품이 소개됐다.

이번 인터배터리에서 급속충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부각한 업체는 SK온이다.

SK온은 '스피드 온'을 주제로 부스를 꾸리고 급속충전 시간을 단축시킨 어드밴스드 SF(Super Fast) 배터리를 전면에 앞세웠다.

이는 SK온이 2021년 출시한 기존 SF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9% 키우고 급속충전 시간은 유지한 제품이다.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18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면서도 한 차례 충전 시 주행거리가 최장 501㎞ 수준으로 기존 제품보다 크게 증가했다.

전시장에는 실제 어드밴스드 SF 배터리를 탑재한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 차량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전시 차량 앞 전용 쇼케이스에는 실물 배터리도 전시했다.

이어 SK온은 리튬이온 이동 거리를 단축해 급속충전 시간을 18분에서 15분으로 줄인 SF+ 배터리도 출시했다.

SK온, 어드밴스드 SF 배터리 탑재한 기아 전기차 EV9 공개
SK온, 어드밴스드 SF 배터리 탑재한 기아 전기차 EV9 공개

 

더욱이 5분 충전으로 300㎞를 주행할 수 있는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오는 2030년까지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존하 SK온 연구위원은 인터배터리와 함께 열린 '더 배터리 콘퍼런스'에서 급속충전 인프라 확충 필요성과 충전 성능 강화에 필요한 비용 문제를 언급하면서 "5분 충전으로 300㎞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삼성SDI는 이번 인터배터리에서 업계 최초로 9분 만에 8%에서 80%까지 셀 충전이 가능한 초급속 충전 기술을 공급했다.

리튬이온의 이동 경로를 최적화하고 저항을 감소시켜 9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기술 개발이 한 창이며,  오는 2026년 양산이 목표다.

해당 배터리는 9분간 충전하면 600㎞가량, 주유 시간과 유사한 5분간 충전하면 300㎞ 정도 주행 가능하다는 게 삼성SDI의 설명이다.

'더 배터리 콘퍼런스'에서 고주영 삼성SDI 부사장은 내연기관차의 주유 시간이 평균 5분 정도임을 거론하며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전기차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배터리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배터리 개발 전략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고 부사장은 "전기차 사용자 패턴을 분석해보면 하루에 대부분 100㎞ 정도에서 커버된다"며 "600㎞ 정도 주행하면서 9분 충전하는 배터리를 생산하면 5분 충전 시 300㎞를 갈 수 있어 대부분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전 시간을 가파르게 단축하기보단 에너지 밀도를 손해 보지 않고 성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급속충전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팩 컨셉 모델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팩 컨셉 모델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9년에 업계 최초로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양산해 20분에 80% 이상 충전 가능한 기술을 구현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 대비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4∼10배 키우고 충전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따라서 LG에너지솔루션은 실리콘 함량을 높인 음극재 배터리 개발에 본격화하고 있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더 배터리 콘퍼런스'에서 "급속충전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좋겠지만, 에너지 밀도를 손해 보지 않고 급속충전 성능을 올릴 수 있는지가 진정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메인스트림 배터리 분야에서는 충전 시간이 80% 기준 20∼30분, 주행거리는 500∼600㎞ 정도가 가격 경쟁력이 있고 안전성에서 이슈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