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종류별 전기 판매 비중 및 단가
2023년 종류별 전기 판매 비중 및 단가

 

작년 국내 전체 전력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산업용 전기값이 주택용보다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따.

세계 주요국에서는 배전 설비 투자가 줄어 원가가 낮게 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싼 건 옛말"

10일 한국전력 따르면 작년 1킬로와트시(kWh)당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 판매 단가는 각각 153.7원, 149.8원으로 산업용 전기 판매 단가가 3.9원 높았다.

산업용 전기 판매 단가가 주택용보다 커진 것은 지난 2019년(산업용 106.6원, 주택용 105원)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비싸진 것은 국제 에너지값 급등에 대응해 재작년 이후 정부가 총 여섯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해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더 많이 인상해서다.

한전의 연간 전기 판매 단가는 요금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2021년 108.1원에서 작년 152.8원으로 41.4% 인상했다.

해당 기간 주택용은 37.2%, 산업용은 45.7% 인상해 산업용의 오름 폭이 더 높았다.

더욱이 정부는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 주택용 등 나머지 전기요금을 전부 동결하고 주로 대기업이 사용하는 대용량 산업용 전기만 kWh당 평균 10.6원 인상했다.

국내에서 산업용 전기 단가가 주택용보다 커진 일은 흔치 않다. 관련 통계가 나온 1961년 이후 산업용 전기 단가가 주택용보다 컸던 해는 지난 2019년과 작년 두 차례뿐이었다.

전체 사용 50%가 넘는 산업용 전기의 단가 인상은 200조원이 초과하는 부채로 한해 이자로만 4조원을 넘게 사용하는 한전 수익 구조 개선엔 긍정적 방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한전의 전력 판매량은 546테라와트시(TWh)로, 이 가운데 산업용 전기가 53%를 차지했다. 사용자 숫자가 많아 전기요금 오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택용 전기 판매량은 사용 비율로는 15%에 그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재작년 사용한 전력만 각각 2만1731기가와트시(GWh), 1만41GWh에 이르러 양사가 그해 납부한 전기요금만 3조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의 입장에서 주택용보다 원가가 적어 이윤이 많이 나는 산업용 전력 판매로 더 많은 수입을 거두면 수익성이 좋아진다.

삼성전자처럼 전기를 대량으로 사들여 쓰는 고객은 산업단지에 밀집해 주택용보다 배전 설비 구축이 효율적이고 고압으로 전기를 보내 배전 손실률도 낮다.

345킬로볼트(kV) 초고압 고객은 변전 과정 없이 고압 송전선에서 그대로 전기를 가져다 사용하기 때문에 한전 입장에서는 변전소 건설, 배전망 설치 등 투자비를 크게 아낄 수 있다.

주택에 전기를 공급하려면 지역별로 송전선에서 오는 고압 전기를 줄여주는 변전소를 지어야 하고, 각 가정까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촘촘한 거미줄과 같은 배전망을 깔아야 한다.

▶ OECD 국가들, 평균적으론 산업용이 가정용보다 25% 저렴

수출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유지해온 국내는 과거 경쟁력 확보 지원 차원에서 산업용 전기를 싸게 공급하는 정책을 실시해왔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산업용 전기 단가가 주택용의 50%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국제 에너지가 급등기를 지난날 때마다 이용자 숫자가 적어 '저항'이 상대적으로 약한 대용량 산업용 전기값을 더 많이 인상함으로써 원가 요인까지 감안하면 '산업용 우대' 정책 성격은 크게 옅어졌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전환이 가파라지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시작으로 탈탄소를 명분으로 내건 새로운 통상 질서가 형성되면서 산업용 전기값 현실화에서 에너지 저소비 산업 재편과 전력 소비 효율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라 커졌다.

실제로 한국의 가격이 저렴한 전기요금이 통상 마찰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가격이 싼 산업 전기요금이 철강업계에 사실상 보조금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자국에 수출하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에 1.1%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전월 '전기 덤핑'이 여전하다는 이유로 상계관계 비율을 2% 안팎으로 키우겠다는 예비판정 결과도 발표했다.

2022∼작년 40%에 이르는 요금 인상에도 국내 전기요금은 산업용과 주택용을 통틀어 세계 주요 선진국 대비로는 적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재작년 기준 에너지 가격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요금은 메가와트시(MWh)당 95.3달러, 106.8달러로 OECD 평균인 144.7달러, 196.1달러에 비해 66%, 54% 수준이다.

다만 원가주의 원칙을 감안했을 때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보다 적은 '역전 현상'은 시장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전체 전기요금 조정과 함께 부문별 전기요금 조정을 하는 데에도 원가주의 원칙이 감안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OECD 38개국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값비싼 국가는 튀르키에, 리투아니아, 헝가리, 멕시코 정도다. OECD 평균으로는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보다 25%가량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