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신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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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호황기인 미국·유럽 등 해외 오피스에 거액을 투자했던 공모펀드들이 손실을 확정하지 못한 채 연이어 만기를 미루고 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수자 찾기가 난항을 겪으면서 운용사들은 만기 연장으로 투자자 손실을 확정하지 못하고 유예하고 있지만, 출퇴근 문화와 제로금리 시대가 되돌아와 업황이 회복할지는 불투명하다는 회의적인 전망이 흘러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하나대체투자나사1호'는 전달 29일 수익자총회를 통해 펀드 만기를 5년 미루는 안을 통과했다.

지난 2017년 3월 30일 설정된 해당 펀드는 원래 만기가 이달이었으나, 수익자총회에서 펀드 만기 연장안이 의결되면서 오는 2029년으로 연장됐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나사 부동산 펀드는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인근에 소재한 '투 인디펜던스 스퀘어(Two Independence Square)'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펀드다.

예정대로라면 3월 내 자산 매각을 마무리하고 이를 통해 취득한 자본이득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한 뒤 펀드를 청산해야 하지만, 빌딩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청산을 5년 뒤로 연기했다.

해당 건물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사가 임차해 있어 우량자산으로 주목받았으나 해외 오피스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산 가치가 크게 추락했다. 올해 1월 이뤄진 자산재평가 결과 최초 취득가액 약 1억6243만달러였던 현지 자산 가격은 9240만달러로 43.11%나 쪼그라들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229호' 역시 전월 말 독일 현지 대주단과 대출 유보계약(스탠드스틸)을 석 달 미뤘다.

해당 펀드가 작년 11월 30일 맺은 대출 유보계약의 만기는 전월 28일까지였으나, 현지 대주단과의 협의에서 만기일을 오는 5월 31일로 연장한 것이다.

이 펀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업무지구에 있는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한다. 이지스운용은 트리아논 건물을 매입할 때 현지 대주단으로부터 자금을 빌렸는데, 대출 만기가 작년 11월에 도래했다.

시장 침체와 공실률 오름 등으로 자산가치가 떨어지자 해당 대출에 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스탠드스틸 계약을 맺으면서 대출 상환이 유예되고 대주단의 권리 행사도 임시로 유보했다. 펀드 만기도 한차례 미뤄져 오는 10월에서 2025년 10월로 연장됐다.

두 번째 스탠드스틸 체결을 통하면서 펀드는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를 면하고 투자자들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건물을 팔거나 리파이낸싱 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시간을 거듭 번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임대형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모두 21개며 설정액은 2조2835억원으로 파악됐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는 8개로 설정액은 9333억원이다.

이 중 전월 22일이 만기였던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한국투자밀라노1호'는 작년 11월 수익자총회에서 만기를 3년 미뤄졌다.

단 만기를 미뤄더라도 최초 매입가보다 큰 가격에 자산을 사들일 매수자를 찾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경우 재택근무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으면서 매수자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손실을 보더라도 팔 수 있으면 다행인 수준"이라며 "버티는 데도 추가 자금이 많이 들어가고 최악의 경우 자산이 헐값에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기 연장을 택하지 않고 손절매 시 투자 원금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부터 펀드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미국9-2호'는 작년 10월 미국 텍사스 오피스 자산 매각에 성공했으나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렸다. 미래에셋맵스9-2호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거론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