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청렴연수원등록  청렴강사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청렴연수원등록  청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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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의 목민심서 애독설’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7년 1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호치민 시에서 열린 '호치민-경주세계문화 엑스포 2017’ 개막 축하 영상 메시지에서 “베트남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호찌민 주석의 애독서가 조선 시대 유학자 정약용 선생이 쓴 목민심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런데 2019년 4월 24일에 베트남 교민잡지사 ‘굿모닝베트남’이 ‘다산연구소’ 게시판에 질문을 올렸다.

“목민심서를 호치민 주석이 탐독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박헌영이 목민심서를 호치민 주석에게 선물하였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위 사실이 진실인지 알고 싶네요.”

다산연구소는 “호치민 주석의 목민심서 탐독 이야기는 근거가 전무 합니다. 국제 레닌학교 시절, 박헌영과 호치민 주석의 목민심서 일화도 확인된 바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다산연구소 이사장 박석무가 ‘2004년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에서 목민심서 애독설을 주장하더니, 한 발 뺀 것이다. 

한편 2020년 1월에 인문정신 출판사는 안재성이 지은 『박헌영 평전』을 발간했다. 안재성이 11년 만에 『박헌영 평전』 개정판을 쓴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놀랍게도, 2020년 발간 『박헌영 평전』엔 박헌영이 호치민과 같이 찍었다는 사진을 포함하여 호치민 관련 글이 통째로 빠져 있다. (안재성, 인문정신, 2020.1.23, p 158)

이를 2009년과 2020년 박헌영 평전 책 관련 부분을 비교하면 2009년(p146) 평전은 ‘각자 익숙한 언어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다음에 학생중에는 베트남 공산당의 젊은 지도자 호치민도 있었다. ...평생의 지침이 되었다. 28), 주세죽은 동방노력자공산대학에 입학했다.’인데, 
2020년(p158) 평전은 ‘각자 익숙한 언어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주세죽은 동방노력자공산대학에 입학했다.’로 되어 있어, 호찌민에 대한 글은 통째로 빠졌다.

다시 말하면 2020년에 발간된 『박헌영 평전』에는 박헌영과 호치민이 함께 찍은 사진이 아예 수록되지 않았고, ‘호치민’이란 단어가 단 한 글자도 안 나온다. 

이는 2009년의 『박헌영 평전』에 쓴 ‘박헌영이 호치민에게 목민심서를 주었다.’는 글이 허위 사실이었음을 저자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이처럼 호치민의 목민심서 애독설 내지 소지설이 허위로 판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50만 명의 독자를 감동시킨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1남도답사 일번지』는 1993년에 발간시 호치민의 목민심서 애독설이 
수록된 이후 문장만 약간 수정했을 뿐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먼저 1993년 초간이다. 

“갑오농민전쟁때 동학군이 선운사 마애불 배꼽에서 꺼냈던 비기(祕機)는 곧 『목민심서』였다는 전설, 심지어는 월맹의 호지명이 부정과 비리의 척결을 위해서는 조선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필독의 서라고 꼽은 사실,   이런 것으로 그분 위대함의 보론으로 삼고 싶다.”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남도답사일번지, 1993, p 54) 

다음은 2011년 개정 1판인데, 개정증보판 2판도 그대로이다. 

“갑오농민전쟁때 동학군이 선운사 마애불 배꼽에서 꺼냈던 비기(祕機)는 곧 『목민심서』였다는 전설, 베트민(越盟)의 호찌민(胡志明)이 부정과 비리의 척결을 위해서는 조선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필독의 서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으니, 이런 것을 그분 위대함의 보론으로 삼고 싶다.”(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남도답사일번지, 2011년 개정1판, p 70)

또한 고은 시인은 1997년에 발간한 시집 『만인보』 15를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 

“월남의 정신 호지명/ 일찍이 어린 시절 /동북아시아 한자권의 조선 정약용의 책 / 그 『목민심서』 따위 구해본 뒤 /정약용의 제삿날 알아내어 /호젓이 추모하기도 했던 사람”이라고 묘사했다.(고은, “호지명” 『만인보』 15, 창작과비평사, 1997, p 35)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다산 정약용의 위대함과 목민심서의 진가는 더할 나위 없지만, 제대로 검증도 안하고 ‘호찌민의 애독서가 목민심서’라고 칭송했으니 너무 지나쳤다. 

유홍준과 고은의 저작은 당장 수정되어야 한다. 자칫하면 베트남과 외교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역사왜곡 내지 역사조작은 당장 끝내야 한다.  

(참고문헌) 

o 박종인 지음, 광화문 괴담, 와이즈맵, 2022, p 168-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