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로벌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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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국내 물가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지 확신하긴 아직 이르고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인 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나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근원물가가 기조적으로 완만한 둔화흐름을 이어가는 등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기로 점차 재진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에 안착할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한은 측의 견해다. 또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된 상황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당분간은 현재의 물가여건과 관련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살펴나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자료출처=한국은행
자료출처=한국은행

물가가 5% 이상 상승한 고인플레이션기 이후 물가안정기로 전환됐던 과거 사례들을 살펴보면 소비자물가 품목의 부문간 파급이 줄어들고, 물가와 인플레이션 기대 간 상호작용이 축소되며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기조적 인플레이션에 점차 수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과거 물가안정기 전환시의 특징들에 비춰 우리나라 인플레이션 국면을 진단해보면, 먼저 물가의 부문간 파급 측면에서는 파급정도가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 충분히 진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한은은 평가했다.

물가기대 측면에서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으나 여전히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일반인의 물가상황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고 물가수준에 대한 인식도 아직 3%대 후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이상일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10%를 상회하는 가운데 목표수준에 가까운 1~3%가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도 아직 과거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최근 과일, 곡물 등 농산물 가격의 높은 오름세가 체감물가를 자극함으로써 인플레이션 기대의 하향세를 제약할 수도 있음을 고려해 보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추후 가격조정 모멘텀의 연결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또한 변동성이 큰 국제원자재 가격의 특성이나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 공급충격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인 플레이션과 괴리돼 움직일 가능성이 상존해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따라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과 성장측면의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