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사외이사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문제가 있다면, 연구와 사회적 합의 절차 등을 거쳐 임기(다연임) 제한 등에 대해 손을 볼 필요가 있다.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 전후였던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기업의 투명성 등을 제고하기 위해 유가증권상장규정의 개정을 통해 도입됐으나, 30년 가까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실효성 등에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이사 지위을 갖는 만큼,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회사의 경영상태를 감독하는 한편 아이디어를 내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500대 주요 기업 가운데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100% 찬성만 한 기업의 비중이 전체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는 88% 수준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사외이사가 자칫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지난 2023년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인 기업은 전체 181개사 중 163곳(90.1%)에 달했다. 이는 전년 159곳(87.8%)보다 늘었다. 

10개 기업 중 9곳은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보류·기권 포함)를 한 번도 던지지 않은 셈이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전체 안건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찬성률 무려 99.3%에 달했다. 

특히 매출 기준 30대 기업 중 비상장사 등을 제외한 14개사만을 보면 SK하이닉스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12개사는 찬성률이 100%였다.

이러니 사외이사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노릇인 셈.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 및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내 사외이사 제도의 아쉬움이 크다. 

특히 미국과 유럽(EU)은 물론 중국 등 신흥국에서조차 보호무역주의 일환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패러다임을 드높이고 있다. 탄소감축, 위법 행위 전력에 대한 패널티 부과 등 각종 통상 허들로 각국의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 지점에서는 오너 및 CEO의 인사이트와 판단 및 전략이 중요하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 현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더 커진 셈이다. 

과거 정경유착 이슈로 사외이사의 역할이 투명성이나 대주주 전횡 감시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이슈로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역할도 커졌다.

무엇보다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횡행과 MZ세대 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기존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의 이익 보호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등에서도 그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도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거 전례나 관행에 의존해 권력기관 출신을 보험용으로 사외이사에 앉히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는 관련 제도를 꾸준히 업그레이드 하고 있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따로 가는 모양새다. 

기업들이 주주총회에 앞서 이사회를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배경으로 죄다 전문성, 도덕성, 독립성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것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 지 의문이 들 정도다. 기업이나 사외이사가 다시금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혁신이 전제되지 않은 기업은 지속가능은 커녕 우주시대를 목전에 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는 곧 사이외사가 전체 구성원은 물론 기업 가치, 주주 이익 제고의 마지막 보루이자, 파수꾼이라는 인식이 다시금 환기해야 할 이유다. 

때문에 제도상에 문제가 있으면 이제라도 싹 다 고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