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피해자모임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사 앞에서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 사진=김은주 기자15일 오후 서울 중구 농협은행
홍콩 ELS 피해자모임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사 앞에서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 사진=김은주 기자15일 오후 서울 중구 농협은행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안(배상안)에 불만을 가진 가입자들이 판매사 중 한 곳인 NH농협은행 본사 앞에 모여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대다수가 손실액의 20~60%를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은 은행의 불법적 영업행태를 인정하고 전액 배상에 나설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홍콩 ELS 피해자모임은 15일 오후 서울 중구 농협은행 앞 편도 2차선 도로 위에서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열고 “은행들이 예금 상품인 척 속여놓고 이제와서 투자자로 몰고 있다”며 “대국민 사기인 ELS 원금 전액을 배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약 원천 무효와 전액 배상을 주장하고 있는 피해자모임은 금감원이 지난 11일 내놓은 배상안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배상안이 은행 입장만 지나치게 반영됐다고 주장한다.

김태규 피해자모임 대외협력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이 사전에 배상안 발표 내용을 주요 은행을 불러 공유한 것으로 알려진다”며 “이러니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경영자들이 한패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배상안은 기본배상비율 20~40%에 판매사와 투자자별 과실 사유와 기타 조정요인 등에 따라 가감 비율이 적용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최종적으로는 가입자에 따라 최소 0%에서 최대 100%까지 배상비율이 책정될 수 있다.

금감원은 대규모 소송 등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신속한 손실 회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최대한 합리적으로 마련한 기준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가입자와 은행 모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형국이다.

이 자리에는 주최 측 추산 약 1500여명의 ELS 가입자들이 모여 약 80m 가까운 긴 줄이 이어졌다. 이들은 저마다 ‘대면, 비대면 상관없이 원금 전액 배상하라’, ‘재가입자, 신규가입자 차별없이 모두 원금 보상하라’, ‘초고위험성 상품을 1금융권에서 왜 파는가’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약 3시간 넘게 집회를 이어갔다.

일부 홍콩 ELS 가입자들은 항의 차원에서 농협은행 본점영업부를 방문해 예금인출(뱅크런)을 진행했다. / 사진=김은주 기자
일부 홍콩 ELS 가입자들은 항의 차원에서 농협은행 본점영업부를 방문해 예금인출(뱅크런)을 진행했다. / 사진=김은주 기자

몇몇 가입자들은 단상에 올라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70대 노모를 대신해 집회에 참석했다는 A씨는 “피해금액은 어머니의 노후자금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산재보험금까지 포함돼 있다”면서 “농협은행은 이러한 피같은 돈을 초고위험상품인 ELS에 가입해 운용하도록 권유함으로써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지만 고객의 동의를 받았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 홍콩 ELS 가입자들은 항의 차원에서 예금인출(뱅크런)을 하겠다며 농협은행 본점 영업부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농협 관계자들이 가입자들을 막아서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소동이 일었다.

이번 집회는 판매 금융사를 타깃으로 한 첫 규탄 집회인 동시에 금감원의 배상안 발표 이후 진행된 만큼 이전보다 더 많은 참여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1‧2차 집회에는 당시 각각 150여명과 500여명의 가입자들이 참여했었다.

홍콩 ELS 피해자모임은 금감원의 배상안 발표 이후 집단행동의 방향을 은행권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배상과 관련해 ‘공’이 금감원에서 은행으로 넘어간 만큼 자체 배상안 마련 등 향후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은행권을 압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으로 읽힌다.

홍콩 ELS 피해자모임 측은 오는 18일 이복현 금감원장과 주요 은행장들의 간담회가 열리는 은행연합회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이어 이달 29일에는 홍콩 ELS 상품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