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사업주나 사업주의 친인척인 상황이 전체의 20%를 넘는데도 괴롭힘 사건을 사업장 안에서 자체 조사해 피해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작년 이뤄진 분기별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 괴롭힘 행위자가 사업주 또는 사업주의 친인척이었다는 답은 1분기 25.9%, 2분기 27.3%, 3분기 22.5%로 전부 20%를 초과했다고 17일 밝혔다.

해당 단체에 지난 1∼전월 두 달간 접수된 신원이 파악된 이메일 제보 271건 가운데 직장내 괴롭힘 상담은 190건인데, 이 가운데 사업주가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은 37건(19.4%)에 이른다.

사정이 이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재작년 직장내 괴롭힘 신고 사건 처리 지침을 개정해 괴롭힘 행위자가 사업주인 경우에도 '근로감독관 직접 조사 및 자체 조사 지도·지시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 처리 지침에는 괴롭힘 행위자가 사업주 또는 그 친인척인 경우 사업장 자체적인 조사 없이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게 돼 있었다.

개정 지침 사항은 사업주의 괴롭힘 행위도 근로기준법 규정에 의해 사업주에게 조사 및 조치 의무가 있어 사업장 안에 자체 조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주 괴롭힘의 경우 사업장 자체 조사로는 조사·조치의 객관성을 보기 힘들 수 밖에 없다는 게 직장갑질119 지적이다.

노동부 지침에는 근로감독관의 직접조사 역시 병행하라고 규정돼 있지만, 직접 조사 사건과 자체 조사를 지도할 사건을 분류하는 기준이 규정돼있지 않아 노동자들의 혼란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A씨는 대표의 배우자인 임원이 계속해서 괴롭혀 참다못해 노동청에 신고했으나, 근로감독관으로부터 회사가 선임한 노무법인의 결과 보고서를 판단하고 최종 판단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사측이 선임한 노무사는 우려한 대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냈고, 근로감독관은 이같은 근거로 사건을 마무리졌다.

B씨도 한 해 넘게 계속된 대표의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했으나, 사측에서 선임한 노무사에게 사건 조사를 담당할 거란 설명을 전해 들었다.

그 뒤 해당 노무사가 사측에 전달할 문자를 B씨에게 실수로 전달하면서, B씨는 사측과 노무사가 신고 내용과 관련해 계속해서 소통을 해왔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

직장갑질119는 "노동청 직접 신고는 사용자 괴롭힘의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잡은 동아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런 경우 자체 조사 지도·지시가 아닌 근로감독관 직접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신고 사건 처리 지침이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