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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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사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대표 선임, 교체 등 체제 개편에 나선다. 지난 한 해 동안 주 수익원이었던 모바일 게임 매출 감소로 실적 악화, 주가 하락 등 부진의 늪에 빠져 분위기 반전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올해 대표이사 교체를 비롯해 체제 개편에 나선다. 엔씨는 창사 이래 최초로 공동 대표 체제로 돌입하고 넷마블은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엔씨는 다가올 주주총회를 통해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신임 공동 대표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전문 경영인 출신인 박병무 대표 영입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고 동시에 신사업 발굴, 글로벌 전략에 힘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1인 체제로 회사를 이끌어 온 김택진 대표의 역할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엔씨는 오는 20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동 대표 체제의 운영방향과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을 예정이다.

넷마블도 각자 대표 체제로 조직에 변화를 준다. 김병규 부사장을 신규 대표로 내정하기로 한 것. 각자 대표직에서 물러난 도기욱 전 대표는 CFO 직책을 수행하며, 기존 권영식 대표는 사업총괄로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전략기획통으로 꼽히는 김병규 신임 각자 대표는 해외 계열사 관리와 전략 기획 등 회사 경영 전반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컴투스도 대표 교체를 단행한다. 게임사업 이외에 콘텐츠,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으나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컴투스는 신임 대표이사에 남재관 사업경영담당 부사장을 내정하며 경영 전반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기존 이주환 대표는 개발을 총괄한다. 각 분야별 전문성과 검증된 리더십으로 시너지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매출 감소, 적자로 장기 부진을 겪고 있는 데브시스터즈도 새판짜기에 나선다. 이지훈, 김종흔 공동 CEO 체제에서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하고 C라인도 새로운 인물로 변화를 줬다. 대표 IP인 쿠키런 시리즈를 흥행 궤도에 올린 조길현 스튜디오킹덤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새 리더십을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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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게임 의존도 높은 韓 게임사,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

이들 게임사들이 경영진 교체 등 승부수를 던진 배경에는 경영 효율화와 장기적인 사업 방향성을 재정립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면서 동시에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넥슨, 크래프톤을 제외하고 대다수 게임사들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 사업 전략에서도 변화가 일 것으로 관측된다. 주력 라인업인 모바일 게임에서 예전만큼 매출 신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게임사들은 장르·플랫폼 다변화, 신규 IP 발굴 등 포트폴리오 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대체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19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게임산업 전체 규모가 역성장한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으로 이는 모바일 게임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료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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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2022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선 2022년 국내 게임 이용자의 모바일 게임 이용률 및 이용 시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2021년 감소세를 보였으며, 2022년은 가장 크게 감소해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이용률로 나타났다

실제로 그 여파는 지난해부터 드러나고 있다. 그간 모바일 게임에서 강세를 보여왔던 엔씨는 2023년 연간 영업이익이 1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75.4% 급감했으며, 매출은 1조7798억원으로 30.8% 쪼그라들었다. 

엔씨의 실적 부진에는 모바일 게임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리니지 시리즈의 국내 영향력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기대작으로 꼽혔던 PC·콘솔 신작 '쓰론 앤 리버티‘가 국내 흥행에 실패하면서 주가 하락 등 겹악재로 위기감이 일고 있다.

넷마블은 신작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연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넷마블 역시 매출을 책임지는 주요 10개 게임의 라인업을 보면 대다수가 모바일 게임으로 구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예전 수혜를 입었던 펜데믹 시절만큼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게임사들이 장르·플랫폼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향후 신작 전략에 있어서도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