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피해자모임은 1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감독원에 현 배상안 철회와 재조사를 촉구했다. / 사진=김은주 기자
홍콩 ELS 피해자모임은 1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감독원에 현 배상안 철회와 재조사를 촉구했다. / 사진=김은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시중은행장들과 가진 비공개 회동에서 금융권 안팎의 예상과 달리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안(배상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전날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이복현 원장과 만찬 겸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광주은행, 케이뱅크 등의 12개사 은행장으로 구성된 이사회 인원 전원이 참석했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매달 넷째 주 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지만 이달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참석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현재 은행권 최대 화두가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인 상황에서 일주일 전 당국의 배상안까지 나온 만큼 이후 진행 상황 관련 의견들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금감원장과 은행장 회동에선 홍콩 ELS 배상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원장은 만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아예 ELS와 관련한 논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 한 관계자도 “ELS 자율배상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아니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추가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배상안을 바탕으로 신속히 자율배상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판매사와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합리적으로 반영해 설계된 만큼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 대규모 소송 등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신속한 손실 회복도 가능하도록 협조해달라는 주문이다.

수천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주게 생긴 홍콩 ELS 판매 은행들은 금감원이 제시한 배상안 수용 여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들이 우려하는 자율배상에 따른 배임 소지를 금융당국이 일축했음에도 은행들은 여전히 법률적 검토와 이사회 승인 등을 거쳐야 하는 사안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오는 21일부터 순차적으로 예정된 정기주총 후 열릴 임시 이사회에서 홍콩 ELS 배상안 관련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배상안을 살펴보면 배상비율은 크게 판매자 요인과 투자자별 고려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판매자 요인으로는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기본배상비율이 20~40%로 설정됐다. 불완전판매를 유발‧확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고려해 은행‧증권사 혹은 대면‧비대면에 따라 배상비율이 3~10%포인트(p) 가중된다.

투자자 요인에는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보호 소홀, 자료 유지‧관리 부실 등 각 투자자에 대한 판매사의 절차상 미흡사항이 고려된다. 판매사 책임가중 사유에 따라 최대 45%p의 배상비율이 더해질 수 있다.

반대로 ELS를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투자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ELS 투자경험(가입횟수‧금액 등), 금융지식 수준 등은 차감 요인이다. 이같은 투자자 책임과실 사유에 따라 배상비율에서 최대 45%p를 뺄 수 있다. 최종적으로 배상비율은 가입자에 따라 최소 0%에서 최대 100%까지 나올 수 있다.

향후 은행들이 배상안 수용을 결정하더라도 실제로 배상이 이뤄지기까지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홍콩 ELS 가입자들도 배상안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홍콩 ELS 피해자모임은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들의 간담회가 진행되는 은행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감독원에 현 배상안 철회와 재조사를 촉구했다.

길성주 홍콩H지수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이미 수 차례 당국과 언론을 통해 자본시장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금융위 지침 근간 아래 ELS 판매 은행들의 구체적 불법판매 근거를 제시하고 불완전판매 위법행태에 대해 성토해왔다”며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15만명의 ELS 피해자들과는 어떠한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배상안을 발표했고, 이는 시중은행 경영진들과 합의하에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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