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익에도 국민연금을 당초 수령 연령보다 일찍 타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85만명으로 100만명 선에 근접했다.

조기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을 당초 받을 연령보다 앞당겨서 타는 것을 일컫는데, 국민연금을 일찍 수령하면 그만큼 수령 금액이 감소해 손해를 보기에 '손해 연금'이라고 일컫는다.

20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 자료를 보면, 작년 11월 기준으로 조기노령연금 총 수급자 숫자는 84만9744명(남자 57만4268명, 여자 27만5476명)으로 집계됐다.

조기노령연금 제도가 시행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조기노령연금 총 수급자는 ▶2012년 32만3238명에서 2013년 40만5107명, ▶2014년 44만1219명, 2015년 48만343명, ▶2016년 51만1880명, ▶2017년 54만3547명, ▶2018년 58만1338명, 2019년 62만1242명, ▶2020년 67만3842명, 2021년 71만4367명, ▶재작년 76만5342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조기노령연금 총 수급자 숫자는 향후에도 계속해서 올라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3∼2027)'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약 96만명을 거쳐 내년에는 107만명으로 첫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작년 국민연금 조기 수령자가 전년도 대비 크게 증가했는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수급 개시 연령이 작년에 만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늦춰진 영향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1998년 1차 연금 개혁 당시 재정안정 차원에서 퇴직 후 연금 수급 나이를 2013년부터 2033년까지 60세에서 5년마다 한 살씩 늦춰 최종적으로 65세부터 지급 받도록 바꿨는데, 마침 작년 만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뒤로 밀렸다.

이 같은 이유에 지난해에 만 62세가 돼 연금을 탈 예정이었던 이들(1961년생)이 직격탄을 맞았고, 연금을 수령하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할 처지로 몰린 일부가 '퇴직 후 소득 공백기'를 이기지 못하고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면서 조기 수급자가 증가했다고 풀이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재작년 7월에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33명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인터뷰에서 손해를 감수하며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은 이유를 들여다보니, '생계비 마련'을 첫손으로 꼽았다.

실직, 사업 부진, 건강 악화 등으로 경제활동을 못해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어쩔 수 없이 국민연금을 조기에 신청해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중에 받기보다 하루라도 빨리 타는 게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나름 판단한 것도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여기에다, 재작년 9월부터 시행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득 기준이 연 3400만원에서 연간 2000만원으로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간 공적연금 수령액이 2000만원이 넘으면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할 수 있어 조금 손해 보고 덜 받더라도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한다는 뜻이다.

조기노령연금은 법정 노령연금 수령 시기를 1∼5년 앞당겨서 받는 제도다.

정년을 못 채우고 퇴직해 노령연금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낮아 노후 생활 형편이 힘든 이들의 노후 소득을 보장해주려는 취지에서였다.

한 해 일찍 받을 경우마다 연 6%씩(월 0.5%씩) 연금액이 감액돼 5년 당겨 받으면 최대 30% 깎인 연금액으로 평생을 받게 된다. 다시말해 5년 일찍 받으면 본래 수령 받을 연금의 70%를 받고, 4년 당기면 76%, 3년 당기면 82%, 2년 당기면 88%, 한 해 당기면 94%를 받는다.

분석 결과, 매달 평균 268만원 소득에 20년 가입한 65살 가입자의 경우 정상적으로 받으면 최초 수급 당시 매달 연금액은 54만원이지만, 1년 앞당겨 받으면 51만원으로, 5년 앞당겨 받으면 38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를 20년 간 지급 받는다고 가정하고 생애 총급여액으로 들여다보면, 65살 정상 수급 때 1억985만원이던 연금 총액은 한 해 앞당기면 2.1% 깎인 1억750만원으로, 5년 앞당기면 16.2% 깎인 9210만원으로 감소한다.

조기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 기간(보험료를 납부한 기간) 10년이 넘어야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 당시의 소득(사업·근로소득)이 일정 수준(3년간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 월액으로 A값)을 초과하면 안 된다.

만약 조기노령연금을 받던 가운데에 A값 초과 사실이 파악되면 연금이 중지된다.

A값 초과 시기에 수령받은 조기노령연금은 반납해야 하며 60세가 넘지 않았다면 보험료도 납부해야 한다. 물론 다시 소득이 A값 아래로 하락하면 조기노령연금을 수령 받을 수 있다.

조기노령연금 수령은 평균수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오래 살 경우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라면 조기노령연금은 신청하지 않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