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창업주 고 조홍제 회장.(사진=효성그룹 제공)
효성그룹 창업주 고 조홍제 회장.(사진=효성그룹 제공)

이번주 춘분도 지났건만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옷깃을 한 번 더 여미게 합니다. 그래서 지난 번에는 재계 상남자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에는 섬세한 장인의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여러분들에게 퀴즈를 내볼까요? 현재 우리나라 수출품(Made in Korea) 가운데 세계 1등을 하고 있는 품목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삼성전자의 반도체, 스마트폰요? 예, 그것도 맞습니다만, 혹시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모르실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들 일상에서 손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스포츠 의류 등에 쓰는 합성섬유인데요. 해당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위'라는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효성의 스판덱스죠. 타이어 안쪽 섬유재질 보강재인 타이어코드도 효성과 코오롱이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요즘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AI(인공지능), ICT 산업이 대세인데 언제적 효성이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효성은 우리나라 산업 근대화 과정에서 '나일론 신화'로 첨병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여전히 기둥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나 '7080' 세대들은 익히 아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이름입니다. 

현재 효성그룹은 재계 순위가 31위이지만, 섬유 산업이 활황이었던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재계 '톱10'에 들어던 기업입니다. 기자가 2000년대 중반 취재차 만났던 재계 인사에 따르면, 당시 만 해도 효성과 코오롱 등 기업에는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합니다. 말 그대로 효성의 전성시대였던 셈이죠.

그만큼 1962년 효성그룹을 창업한 조홍제 회장의 어록도 누구보다 두툼합니다. 특히 조 회장은 근대 산업화를 이끈 섬유 산업에서 R&D(연구개발)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조 회장은 민간기업 최초의 R&D 기관인 효성기술원을 1971년 만들면서 "연구개발은 기업 흥망의 보험"이라는 말을 기회 있을 때마다 경영진에게 설파합니다. 

울산공장 건설현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왼쪽에서 네번째).(사진=효성그룹 제공)
울산공장 건설현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왼쪽에서 네번째).(사진=효성그룹 제공)

그 연장선에서 그는 1976년 동양미래대학을 설립하게 되는데, 이 때 "몸에 지닌 작은 기술이 천만금의 재산보다 낫다"라는 말을 시전합니다. 

이 같은 조 회장의 경영철학의 산물이 바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 때문에 효성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여전히 굳건한 위상을 점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 비춰 시장 일각에선 주력 사업군은 아니지만 여전히 존재감을 뿜어내는 효성을 저평가 기업으로 유효하다는 견해가 나올 정도입니다. 

여기에 자신의 호를 '만우'라고 지어, 늘 초심과 겸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조 회장의 에튜티드도 재계 안팎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대기만성형 기업인인 만큼, 지금의 MZ 세대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같은 조 회장의 '인재경영'과 겸손의 씨앗은 후대인 조석래 명예회장,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 등 후대에게도 올곧이 계승되고,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효성그룹은 2개 지주회사 체제의, 형제 경영으로 수소 등 신사업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 지금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은데 현실의 벽 때문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머뭇거리고 계신 분 있나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조홍제 회장처럼 스스로 '늦되고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작은 것부터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말씀 함께 나누면서 전 이만 물러갑니다. 더 좋은 콘텐츠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