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의대증원 배분 발표/사진=연합뉴스 캡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의대증원 배분 발표/사진=연합뉴스 캡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비수도권 대학 27곳에 증원분의 82%에 해당하는 1,639명을, 경기·인천 지역에 나머지 18%를 배분하고 서울 지역 정원은 1명도 늘리지 않는 의대 정원 증원 2000명 배정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한덕수 총리는 증원되는 2000명 정원에 관해 "비수도권 의대와 소규모 의대,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의대에 집중적으로 배정하겠다"며 “신입생은 지역 인재 전형을 적극 활용해서 선발하고, 국립대 교수 1000명 신규 채용을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 지원도 신속히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증원이 지역 의료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지만 한 총리의 발언대로 의대 증원이 지역의료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완벽하게 준비하고 실행되어도 그 가망성은 현재 시점에서는 높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지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의사들이 많다. 지역에 정착할 병원을 개설하는데 따른 메리트와 장려할 유인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부터 2023년까지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 1만9408명 가운데 9067명이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서 전문의가 됐다. 또한 본 기자는 정부가 내놓은 ‘지역 인재 전형’이나 ‘지역 필수 의사제’ 등의 해법은 모두 권고 수준이라 실효성이 의심된다.

이에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 의사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고 공공 의료에 복무할 인력을 키우는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결국은 이번 정부의 의료 증원이 지역의료 강화로 성공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차의료 공공성을 구축하고 지방의료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현실성을 고려해 실제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역의사제' 정책의 구체적인 방안과 함께 의사증원에 따른 지역 유인책 계획도 마련되어야 한다. 

◆정원 늘린 지방의대, '지역인재전형 60% 확대'는 왜 빠졌나?

정부가 지난달 6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하면서 밝혔던 '비수도권 의대 입학시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40%에서 60%로 확대하는 방침'이 이번 20일 발표된 의대 증원에서 언급되지 않아 정책으로 추진되지 않게 됐다.

의대와 약대, 치대, 한의대는 '지방대육성법'에 따라 2023학년도부터 신입생의 40%(강원·제주는 20%)를 해당 권역 출신 중에서 선발해야만 한다. 이는 지방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방에 남아 일할 확률이 수도권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방에서 일할 확률보다 높은 만큼, 지역인재전형 확대가 지역의 의사 구인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에 기인한다. 

그러나 20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 발표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지역인재전형 60% 확대 계획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하향식 추진 방식이 아니고 상향식 추진 방식을 통해서 충분히 지역인재 선발 60% 추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혀 정책으로 추진하지 않고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실적으로 이를 추진할 경우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2025학년도에 수도권 의대 정원은 34.9% 느는데 비해 비수도권은 무려 81.0%나 늘어나 지방 권역 내 학생 수가 한정돼 있는 만큼 비수도권 의대 정원 증원 증가만으로도 합격선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역인재전형 의무 선발 비율을 늘릴 경우, 합격선 추가 하락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 대단히 난처한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이에 지역인재 선발 60% 추진할 경우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종로학원이 2023학년도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맞은 고3 학생수를 추정해 분석한 결과, 수도권의 경우 수도권 의대 모집정원의 6.3배에 달했지만, 비수도권(6개 권역)은 1.7배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어 강원권의 경우 수학 1등급 인원이 97명으로 4개 의대 모집정원 267명보다 170명이 부족했다. 강원권은 1~2등급 학생수가 341명으로 추정되어 향후 의대 증원에 따른 지역인재 선발 60%로 추진되면 입학 지원자의 상대적 학력저하로 합격선 하락이 예상될 수 있다. 

◆의대 증원에서 제외된 의과학자 양성이 걱정되는 이유?

정부가 발표한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서 서울 지역 정원은 1명도 늘리지 않아 학부에 의과학자 양성 과정을 신설하려 했던 서울대의 구상도 결국 물거품이 됐다. 서울대는 교육부의 의대 증원 수요조사 당시 ‘의예과 증원 15명과 의과학과 신설 정원 50명’을 제출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브리핑에서 의과학자 양성을 위한 정원 배정에 대해 “의과학자는 별도 트랙으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 학과 내에서 임상과 연결된 의과학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과 재정 지원, 인력 확충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과연 보건복지부의 바램대로 의과대학에서 배출되는 의사들이 의학 분야의 연구에 매진하는 ‘의과학자’로 양성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임상으로 손쉽게 고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불확실한 의과학자로 진로를 결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결국 필수 의료, 지방 의료와 달리 이번 정부 발표에서 의과학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의과학자 양성은 외면당했다. 이에 과학기술 분야의 인력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별도 트랙으로 의과학자를 키우지 않으면 향후 성장이 크게 기대되는 바이오·의학기술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키우지 못해 선진국에 계속 뒤처지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