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문화'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 미디어 콘텐츠가 떠오르기도 할 것이고, 음식을 통한 식문화를 떠올리기도 할 것입니다. 즉, 문화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누리고 있는 가장 가깝고, 자연스러운 요소들을 일컫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 문화를 전 세계 곳곳에서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예컨대, 글로벌 OTT에서 K-드라마를 접할 수 있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 K-영화가 수상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해외에 나가서 K-팝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고, 약간의 유통망이 갖춰진 나라라면 K-푸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가 전 세계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서 달리고 있는 기업을 이끌고 있는 한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바로 이재현 CJ 회장입니다.

문화를 말하는데, 이재현 회장이 왜 등장하냐고 의문을 품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이 회장과 CJ그룹이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지난 30여년간 쉴 새 없이 달려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CJ제일제당이 드림웍스와 합작회사를 설립한 1995년 이재현 회장(당시 상무)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모습.(사진=CJ뉴스룸)
CJ제일제당이 드림웍스와 합작회사를 설립한 1995년 이재현 회장(당시 상무)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모습.(사진=CJ뉴스룸)

그 시작은 1995년 3월로 올라갑니다. 제일제당(훗날 CJ)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경영에 나선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때였고, 이 회장은 35세의 젊은 임원(상무)이었습니다. 

당시 이 회장은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가르침에 따라 문화 산업 진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평소에도 임직원들에게 "역사적으로 경제 강국의 전제 조건은 문화 강국"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문화 상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해질 정도니까요.

그런 이 회장과 제일제당에 기회가 찾아온 것은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월트디즈니 만화영화를 총지휘했던 제프리 카젠버그, 음반 업계 거장 데이비드 게펜이 함께 '드림웍스SKG'을 설립하고, 총투자금 10억 달러 가운데 30%의 지분을 투자받겠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입니다.

이 회장과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을 비롯한 제일제당 최고경영진은 곧바로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이때 이 회장은 옆에 있던 누나 이 부회장에게 한 마디를 꺼냅니다.

"이제는 문화야. 그게 우리의 미래야."

'문화의 산업화'라는 자신의 꿈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 회장은 드림웍스SKG를 통해 단순히 영화 유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케이블 채널과 멀티플렉스를 만들고, 직접 영화와 음악에 투자하면서 한국이 아시아의 할리우드로 거듭나는 미래를 그린 것입니다.

CJ 이재현 회장이 1995년 드림웍스와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사진=CJ뉴스룸)
CJ 이재현 회장이 1995년 드림웍스와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사진=CJ뉴스룸)

당시 제일제당은 연 매출의 23%에 달하는 3억 달러를 드림웍스SKG에 투자했습니다. 이를 통해 배당금 외에 아시아 지역(일본 제외)의 판권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또 영화배급, 마케팅, 재무 관리 등 할리우드의 운영 노하우를 지원받기로 했습니다. 

드림웍스SKG 투자는 CJ그룹이 식품회사라는 오랜 틀을 벗어던지고 문화창조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창조적 사업다각화의 초석이 된 것입니다.

투자 이후 행보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같은 해 8월, 제일제당 내 '멀티미디어사업부'를 신설하고 문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참고로 이 부서는 훗날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J ENM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후 1997년 '뮤직네트워크(Mnet)' 인수, 1998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CGV 강변' 오픈, 2000년 영화 투자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설립과 푸드 채널 '채널F' 개국, 2003년 'CJ인터넷(넷마블)' 설립, 2009년 '온미디어' 인수, 2011년 'CJ ENM'을 출범합니다. 

이 회장과 CJ의 문화 산업 행보는 30여년이 지난 지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CJ의 손에서 탄생한 영화 '명량'은 국내 영화 산업에서 불가능할 것만 같던 176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CJ ENM이 배급·투자를 맡은 영화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최고 권위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1998년 한국 최초로 개관한 멀티플렉스 극장 CGV의 모습.(사진=CJ뉴스룸)
1998년 한국 최초로 개관한 멀티플렉스 극장 CGV의 모습.(사진=CJ뉴스룸)

이 같은 문화 산업의 성공은 CJ그룹의 뿌리이자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의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은 지난 2023년, 11조2644억원의 매출액과 65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4분기 실적만 따로 보면 해외 식품 매출이 처음으로 국내를 앞섰습니다. 7대 글로벌전략제품(만두/치킨/P-Rice/K-소스/김치/김/롤) 등이 현지에서 통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 회장과 CJ가 1995년부터 지금까지 약 30년간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선보인 아름다운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만들어낸 결과로 보입니다. K-드라마나 K-영화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한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싶어 하면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CJ제일제당의 식품 브랜드를 찾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음식엔 한 나라의 문화가 담겨 있으니까요.

MZ세대를 보면 '우리 문화'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른바 '국뽕'(국가와 필로폰의 합성어로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돼 있다는 의미)인 것 같아서 피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지키거나 보존해야 할 것만 같은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어서 멀리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재현 CJ 회장이 그렸던 '우리 문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마음껏 즐기며 행복하게 누리면 될 뿐인 '우리의 일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