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번 주(25∼29일)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관련 자율 배상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1분기 실적에 반영할 배상금 관련 손실(충당부채·영업외 비용 인식) 규모는 최소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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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은 이번 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H지수 ELS 손실 자율 배상안을 확정한다.

은행들은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관련 분쟁조정 기준안을 바탕으로 각 은행이 추정한 배상 규모 등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이사회가 배상 관련 손실을 충당금 등의 방식으로 1분기 실적에 반영하는 것을 승인하게 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번 주 후반 이사회를 열고 홍콩 ELS 손실 관련 자율 배상을 공식 확정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27일,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28일에 각각 이사회를 연다.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자율 배상을 결의했다.

배상액 추정이 정부의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의사회 결의는 대외적으로 '정부안 수용'의 의미도 있다.

우선 H지수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이번 주 후반께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KB는 2021년 1∼7월(H지수 최고점 전후 기간) 판매한 H지수 ELS 계좌 8만여개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 당국이 지적한 불완전 판매 기준에 실제로 얼마나 해당하는지 살펴 대략의 배상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이다. 

전수조사 등을 통해 밝혀진 판매액은 5조2000억원 정도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손실률은 50% 수준이다. 여기에 평균 손실 배상률을 40%로 적용해 추산하면 약 1조원이 나온다.

신한은행도 비슷하게 주 후반에 이사회를 열고 ELS 자율 배상을 공식 확정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H지수 ELS 사후 관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현재 17명으로 구성된 이 TF가 자율 배상 관련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6일 열리는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 일정을 고려할 때 27∼29일 사이 은행 이사회가 배상안을 확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에서 자율 배상을 논의하고,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도 28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배상안을 확정할 것이 유력하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각 작년 9월과 8월 ELS TF를 꾸려 이번 사태에 대응해왔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2일 은행들 가운데 처음 이사회를 열어 자율 배상을 결의하고, 이번 주부터 투자자들과 접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B뿐 아니라 타 은행들도 주로 손실이 확정된 2021년 1∼7월 판매분(2024년 1∼7월 만기 도래분)을 중심으로 손실·배상 규모를 따진다면, 6개 은행의 올해 1분기 관련 충당금 적립 규모는 최소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