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유통업계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이마트가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신호탄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다.

이마트는 25일 오후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 

공지에 따르면 밴드1(수석부장)~밴드3(과장)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인 직원(입사일 기준 2009년 3월 1일 이전 입사자)을 대상으로 한다.

신청자에겐 월 급여 40개월 치의 특별퇴직금과 2500만원의 생활지원금, 전직지원금이 직급별 1000만~3000만원 지급된다.

이마트는 "수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며 "희망퇴직을 선택한 직원에게는 합당한 보상과 함께 새로운 출발에 대한 최선의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다음 달과 오는 5월 각각 폐점 예정인 천안 펜타포트점과 서울 상봉점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데 이어 전사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업계는 이번 희망퇴직의 원인으로 지난해 실적 부진에서 찾는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첫 연간 적자다. 별도 기준으로도 매출액은 16조5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줄었고, 영업이익은 1880억원으로 27.5% 급감했다.

이 사진은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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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유통업계 희망퇴직 기조가 이마트 희망퇴직을 기점으로 업계 전반에 폭발적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11번는 오는 29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11번가는 지난해 말, 만 35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신청자가 저조해 전 직원으로 대상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신청자는 인사 부서(HR)에서 검토 후 희망퇴직이 확정되면 3개월분의 급여를 받게 된다.

지난해 11월에는 롯데마트가 역대 세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전 직급별 10년차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최대 27개월 치 급여와 직급에 따른 재취업 지원금 2000만∼500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조건이다.

또 롯데홈쇼핑은 만45세, 근속연수 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받았고, 롯데컬처웍스도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이 외에 편의점 GS25와 GS홈쇼핑을 운영하는 GS리테일도 지난해 11월 만 40세 이상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상황이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유통업체 인력감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