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향후 3년간 물류 인프라에 3조원을 신규 투자한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공세가 거센 가운데,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 이용자들은 모두가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하고, 경쟁사에는 물류 초격차를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쿠팡은 물류 인프라 확충을 위해 향후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사진=쿠팡)
쿠팡은 물류 인프라 확충을 위해 향후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사진=쿠팡)

27일 쿠팡은 신규 풀필먼트센터(FC) 확장과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을 위해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년간 쿠팡이 투자한 6조200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를 통해 현재 전국 시군구 182곳(약 70%)인 로켓배송 가능 지역(쿠세권)을 230여 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민 모두가 쿠팡의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26년까지 경북 김천과 충북 제천, 부산, 경기 이천, 충남 천안, 대전, 광주, 울산 등 8곳 이상에 신규 FC 운영을 위한 신규 착공과 설비투자를 추진한다. 광주와 대전은 올해 FC 운영을 시작하고, 부산과 이천은 올 2분기 착공 예정이다. 김천과 제천 FC는 각각 3분기, 4분기에 삽을 뜬다.

로켓배송이 확대될 지역 중 대부분인 89곳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경북 봉화, 전남 고흥·보성, 경북 의성·영양·청송, 경남 합천 등 고령화(65세 이상) 비중이 40%가 넘는 지역에도 로켓배송이 도입될 계획이다. 인구 3만명을 밑도는 전북 진안·장수·임실·순창, 경북 영양, 군위 등 지역도 포함된다.

쿠팡은 물류 인프라 확충을 위해 향후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사진=쿠팡)
쿠팡은 물류 인프라 확충을 위해 향후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사진=쿠팡)

쿠팡은 지난해 31조8298억원(243억8300만 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면서 국내 유통업계에서 1위의 업체로 등극했다. 물류 시장에서도 자체 물동량으로만 연간 13억건(2022년 기준) 이상을 처리하는 CJ대한통운에 이은 제2의 물류 사업자이기도 하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목표인 '쿠팡 없이 못 사는' 시장이 열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 쿠팡이 또 다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최근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발 이커머스를 견제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81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130%) 늘었다. 11번가를 제치고 국내에서 쿠팡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한 쇼핑 앱이 됐다. 지난해 7월 진출한 테무도 1년도 안 돼 MAU 581만명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더욱이 지난 14일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사업에 11억달러(1조4471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알리는 이 중 2억달러(2632억원)를 투자해 연내 국내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알리가 물류센터를 갖추면 배송 기간과 품질 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쿠팡은 이에 대해 물류 투자로 전국 물류망을 더 촘촘하게 구축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한편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쿠세권 확대는 소비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신규 고용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지방 식료품 사막의 무료 로켓배송 활성화는 고령화와 저출산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거주 매력도를 높여 지역균형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