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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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나란히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해 눈길을 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선진화 주문에 따라 여성 사외이사의 비율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의장 자리까지 여성으로 채우면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선도하는 모양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전날 열린 정기 주주총회 이후 임시 이사회에서 올해 이사회 의장으로 여성인 윤재원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1970년생인 윤 신임 의장은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로 각종 회계·세무 관련 학회 및 정부기관 자문위원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위원회 비상임위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 한국세무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지난 2020년 3월부터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합류한 윤 의장은 올해 재선임됨과 동시에 이사회 의장직까지 맡게 됐다. 신한금융에서 여성이 이사회 의장 자리에 오른 건 이번이 역대 두 번째다.

신한금융은 앞서 2010년 전성빈 서강대학교 교수를 의장으로 선임하며 보수적인 국내 금융권 내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을 배출한 바 있다. 이후 약 14년 만에 다시 여성 이사회 의장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앞서 KB금융도 올해 지주 설립 이후 최초의 여성 이사회 의장을 배출했다. KB금융은 지난 22일 정기 주주총회 종료 이후 이사회를 열고 권선주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1965년생인 권선주 의장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으로 재임한 이력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권 의장은 현재는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사회 구성에 있어 여성 사외이사 비율과 영향력 확대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금융당국이 글로벌 기준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주문하자 성 다양성 확보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통해 ”지주 등 은행권 전체 이사 중 여성이사 비중이 약 12% 불과한데다 여성 이사가 없는 은행도 8개에 달해 최근 강조되는 성 다양성이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올해 우리금융은 신임 사외이사로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기존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였던 송수영 사외이사가 임기만료로 퇴임하면서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금융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기존 16.7%에서 28.6%로 높아졌다.

하나금융도 올해 윤심 전 삼성 SDS 클라우드사업부 부사장이 이사회에 새롭게 합류하게 되면서 여성 사외이사 수가 기존 원숙연 사외이사를 포함해 총 2명으로 확대됐다.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기존 12.5%에서 22.2%로 늘었다.

신한금융의 경우 송성주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가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재선임된 윤재원 이사, 김조설 이사까지 총 3명의 여성 사외이사진 구축됐다. 이로써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22.2%에서 33.3%로 확대됐다.

KB금융은 올해 여성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하지 않았으나 여전히 금융지주 중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금융은 지난 2020년 금융회사 중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한 뒤 지난해 1명 더 추가해 총 3인의 여성 사외이사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KB금융의 사외이사 7명 중 3명이 여성으로, 여성 비율이 42.9%에 이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을 지양하고 다변화를 요구하는 금융당국 목소리가 커지면서 어느 정도 고민과 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성별로 이사회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