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사진제공=미래에셋그룹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사진제공=미래에셋그룹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투자의 귀재,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2007년 쓴 첫 자서전 제목인 동시에 ‘돈’에 대한 그의 인생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다.

돈이 아름다울 수 있는 전제로 그는 ‘바르게 벌어서 바르게 쓸 때’를 강조한다. 돈도 꽃처럼 돌고 돌아 씨를 만들고 열매를 맺어 이 땅의 젊은이들을 위해, 건강한 사회를 위해 아름다운 꽃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냉혹한 자본주의 시장에서 스스로 부를 일군 박 회장이 한국 최고의 부자가 되기보다 최고의 기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박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미래에셋에서 받은 배당금을 전액을 기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3년간 누적 기부액은 약 300억원에 달한다.

그의 ‘돈’에 대한 남다른 가치관과 경제 관념은 어린 시절 농사일을 했던 어머님의 가르침에서 시작됐다. ‘미래에셋 지분의 50%는 어머니의 것’이라는 박 회장의 말에서 그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다.

박 회장의 어머니는 대학에 다니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아들이 스스로 집을 구하고 부동산 계약까지 맺도록 맡겼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분명 버거운 일이지만 일찌감치 몸소 부딪혀 현실 감각을 터득할 수 있도록 값진 경험을 준 것이다. 또한 돈을 계획적으로 쓰고 관리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1년치 학비와 생활비를 한 번에 주셨다. 박 회장은 그 돈을 종잣돈으로 대학교 2학년에 주식시장에 입문하면서 투자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된다.

특히 아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 연 17%의 고금리 이자를 받은 것은 그와 그의 어머니 관련 아주 유명한 일화다. 본인도 수중에 돈이 없어 남에게 빌려주는 것처럼 차용증에 도장까지 찍게 한 어머니의 선의의 거짓말 덕분에 박 회장은 일찌감치 ‘남의 돈’과 ‘이자’의 무서움을 깨닫게 된다.

대학을 졸업한 박 회장은 1987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에 입사했다. 지금이야 ‘증권맨’이 고액 연봉을 받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당시엔 ‘꼴등 신랑감’이라는 불명예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큼 박봉에 사회적 인식도 좋지 않았다. 박 회장이 첫 월급으로 받은 돈은 고작 12만원이었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일은 한다는 마음으로 증권업계 뿌리내린 박 회장은 30대에 연봉 1억5000만원을 받는 투자의 귀재가 됐다.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시절 최고 약정고를 올려 최연소 지점장 발령을 받기도 했다. 경기가 좋아도 나빠도 그의 고객은 투자수익을 얻었다. 남들과 반대로 움직이는 ‘청개구리 투자법’으로 높은 승률을 올리며 ‘압구정동 신데렐라’로 불리기도 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1일 미래에셋센터원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갓생한끼(한국판 버핏과의 점심)'행사에 참석해 MZ세대들과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사진출처=한국경제인협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1일 미래에셋센터원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갓생한끼(한국판 버핏과의 점심)'행사에 참석해 MZ세대들과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사진출처=한국경제인협회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여의도 증권맨이 1997년 돌연 사표를 던지고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이라는 회사를 차린 게 오늘날 미래에셋그룹의 시작이다. 창업 반년 만에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그는 우량기업의 주가는 반드시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뮤추얼펀드 운용 회사인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했다. 그해 말 박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출시한 ‘박현주 1호 펀드’는 판매 2시간여 만에 500억원어치 완판에 성공했으며 출시 1년 만에 10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내며 간접투자 시대를 활짝 열었다.

주식·가상화폐(코인) 투자 열풍과 함께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이 20~30대 청년들의 상징처럼 굳어지고 있는 요즘,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고 늘 돈이 따라붙는다 평가받는 박 회장은 최고 선망의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구태여 돈을 좇지 말라는 아이러니한 충고를 던진다. 돈을 좇지 말고 일을 좇으라는 거다. 그리고 성취를 통한 희열감을 맛보기 위해 원칙을 지키며 자신을 절제하라고 말한다. 그러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는 부수적인 결과물이 된다는 것이다. 이 뻔한 이야기 같지만 결코 실천하기 쉽지 않은 조언을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모두가 한번쯤 깊이 되새겨봄직하다.

※ 이 글은 '한국경제를 만든 이 한마디'(FKI미디어 2015년 출간)의 내용을 발췌, 요약한 것임을 밝힙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