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발표한 '한부모가족 양육비 선지급제 추진방안'은 미성년자 자녀를 둔 한부모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는 동시에 저조한 양육비 이행률과 회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양육비 선지급제가 도입되면 현재 시행 중인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 당시보다 수혜 대상과 기간이 크게 확대된다.

현행 한시적 긴급지원은 중위소득 75% 이하로 질병 또는 장애, 경제적 고통을 겪는 한부모 가족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시적 긴급지원을 받은 미성년 자녀는 총 3146명에 달한다. 지난해만 보면 953명이 지원을 받았다.

반면 양육비 선지급제가 도입되면 가구소득 기준이 중위소득 100%로 늘어나고, 한부모 가족의 18세 이하 미성년 자녀 전체가 지급 대상이 된다.

여가부는 양육비 선지급제 대상이 중위소득 100% 이하 1만3000세대의 미성년 자녀 1만9000명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긴급 지원 또는 선지원 제도나 지원 액수는 자녀당 20만원으로 같지만, 지원 기간은 현행 최대 1년에서 자녀가 18세가 되는 때까지로 미뤄진다.

신규 제도가 양육비 이행과 회수율을 끌어올리는 성과로 나타날지도 관건이다.

양육비이행법이 시행된 지난 2021년 7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출국금지와 운전면허 정지 등 제재를 받은 양육비 미지급자는 504명이다.

이 중 양육비를 지급한 비율은 24.0%에 그쳤다. 이 가운데 양육비 전액을 지급한 비율은 4.6%에 그쳤다.

동일 기간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내려진 제재 건수는 명단공개 72건을 비롯, 출국금지 492건, 운전면허 정지 461건 등 모두 1025건(일부 채무자는 제재 중복 부과)이다.

지난 2021년 하반기 27건, 재작년 상반기 151건·하반기 208건, 작년 상반기 291건·하반기 348건 등 계속해서 올랐다.

정부가 비양육 부모로부터 양육비 채무를 회수한 비율도 15.3%에 그쳤다.

이처럼 양육비 지급률과 회수율이 현저히 적은 배경으로는 관리원의 권한 부재가 꼽힌다.

관리원은 여가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내부 조직이다. 일반적인 양육비 징수 방법이 채무자의 자산을 확인한 뒤 압류하고 추심하는 것인데, 관리원에는 이처럼 강제성 있는 권한이 없다.

따라서 정부는 관리원을 독립 법인으로 설립해 '양육비 선지급'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한 경우 관리원이 채무자의 동의 없이 금융정보를 포함한 소득·재산 조회할 수 있도록 양육비이행법 개정을 추진한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비양육 채무자에게는 국세 강제징수의 예에 의해 빠르게 선지급금을 징수한다는 방침이다.

명단 공개 대상에 오른 양육비 채무자들의 사전 소명 기간도 현행 '3개월 이상'에서 '10일 이상'으로 크게 줄이는 방안이 포함된다.

여가부는 이같은 조치에서 양육비 이행률(42.8%)과 회수율(15.3%)을 각각 2027년, 2029년까지 55.0%, 40.0%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양육비 이행단체와 관계자들은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을 반기면서도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온 구본창 씨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동의 없이도 재산을 조회하는 내용이 담긴 것을 비롯해 양육비 이행률을 높이기 위한 법안들은 이미 수년 전에 발의됐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이번 논의가 무의미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노현선 관리원 변호사는 "현재 양육비 채무자의 가상자산을 압류하거나 국세청을 통한 소득 조회, 현장 압류 수색 등을 통해 양육비 회수에 나서고 있다"며 "여기에 (논의되고 있는) 채무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재산이 조회할 수 있게 된다면 회수율이 상당히 올라갈 거라 본다"고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