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는 28일 올해 건설사의 수익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미분양을 꼽으면서, 건설사 사업장 약 700곳 가운데에서 100곳 이상은 분양률이 70%를 하회하고 있다고 분석을 내놨다.

김현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석유화학·메모리반도체·건설 부문 크레디트 세미나'에서 "올해 건설업 수익성을 결정할 요인은 미분양 관련 손실 반영 규모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현재 신용도를 부여하고 있는 건설사 17곳의 진행 사업장 약 700곳 가운데 104곳의 사업장에서 분양률이 70% 아래로 밑돌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이뤄진 CR리츠 부활은 업계가 잇따라 요구해온 사안이다.

CR리츠는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 뒤 먼저 임대로 운영하고,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분양 전환해 수익을 돌출하는 구조다.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운용된 CR리츠는 미분양 2200세대, 2014년 운용된 리츠는 500세대를 각각 사들였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미분양 사업장을 소유한 건설사는 30% 이상 손실을 볼 상황에 놓여 있었으나, CR리츠에서 손실 규모를 7% 내외로 감소했고 투자자는 연 6% 안팎의 이익을 거뒀다. 정부는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CR리츠에 대해 취득세 중과 배제(준공 후 미분양주택 한정)와 함께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하는 세제 혜택을 준다.

취득세 중과를 적용하면 세율이 12%지만, 중과를 배제하면 지방 미분양 상당수가 해당하는 취득가액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취득세가 1%로 낮아진다. 최대 취득세율은 3%다. 세제 혜택 적용 대상은 이날부터 내년 말까지 CR리츠가 구입한 주택이다. 정부는 양도차익 추가 과세 면제의 경우 미분양 상황을 봐가며 검토하기로 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올해 1월 말 기준 총 6만3755세대이며,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1363세대 규모다. LH는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건설사가 보유한 토지를 3조원 규모로 사들인다.

다음 달 5일부터 토지 매도를 희망하는 기업들로부터 매각 희망값을 제출받은 뒤 희망 값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사들이는 '역경매' 방식을 활용한다. 매입 상한값은 LH 등 공공시행자 공급값이아 공시지가의 90%로 뒀다. 매입할 대상은 토지 대금보다 부채가 큰 기업의 토지다.

기업은 부지를 즉시 매각하는 토지매입방식(2조원 규모)과 추후 필요할 경우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매입확약방식(1조원 규모)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매입 확약은 건설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만기를 연장받아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이다.

기업은 토지 매각대금 전액을 부채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 LH는 부채 상환용 채권을 발행해 금융기관에 직접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LH의 PF 부실 우려 사업장 매입은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2조6000억원 규모)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7200억원 규모) 두 차례 진행됐다.

PF 대출 전에 대출받은 사업자금인 브릿지론마저 변제하지 못해 더는 사업 추진이 힘든 사업장은 LH나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가 매입해 사업 재구조화를 지원한다. 준공 전 미분양 PF 보증 요건이나 '분양가 5% 할인' 요건은 없애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번 지원을 통해 건설업계 입장에선 채무 조정에서 금융 부담이 완화되고,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조기 회수해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공공부문 공사비를 증액해 건설업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공사비 인상분이 충분히 포함되지 못해 주요 대형공사를 시작으로 유찰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기술형 입찰로 추진해 유찰된 대형 공공 공사만 4조2000억원 규모다. 유찰 공사에 관해선 수의계약에서 올해 상반기 가운데 공사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기술형 입찰로 추진되는 대형 국책사업의 유찰을 방지하기 위해 입찰 제도도 바꾼다. 입찰 탈락자에게 지급하는 설계 보상비를 높이고, 공사비를 줄일 수 있도록 관급자재 변경을 일부 허용한다.

PF 사업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10년 만에 다시 꾸린 '민관합동 PF 조정위원회'는 늘 운영하기로 했다. 조정위를 법정 위원회로 올려 조정력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진행 시 조합 등 사업시행자가 공공에 제공하는 임대주택 인수값을 현재보다 높게 책정하기로 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