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주총/사진=연합뉴스
한미사이언스 주총/사진=연합뉴스

한미그룹 창업주 가족 간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둘러싼  3개월 가까이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 측 승리로 일단락되면서 OCI그룹과 통합도 중단됐다.

◆주총서 형제 측 신규 이사 5명 선임…모녀 측 후보 6명 전원 부결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합에 반대하는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주주 제안한 이사진 5명의 선임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5명은 ▲임종윤(사내이사) ▲임종훈(사내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변호사(사외이사)이다.

이 중 임종윤 이사 선임안에 대해선 이날 출석한 주주의 5962만주 중 3114만주가 찬성해 출석 의결권 수 대비 52% 및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 대비 46%로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했다. 임종훈 이사 선임안에 대해선 3087만주가 찬성해 각 51.8% 45.6%였다. 권 대표와 배 교수도 둘 다 51.8%의 찬성표를 얻어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사 변호사는 찬성표 52.2%를 얻었다,

반면 이사회에서 추천한 '이사 6명 선임안'은 부결됐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사내이사) ▲OCI홀딩스의 이우현 회장(사내이사)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기타비상무이사) ▲김하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사외이사)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사외이사)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사외이사)다.

이들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 중인 모녀(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경영진 측에서 추천한 인사로, 모두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임주현 부회장 선임안에 대해선 2859만주가 찬성했지만 출석 의결권 수 대비 48% 및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총수 대비 42.1%로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 못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각 48%, 42.3%로 역시 요건을 충족 못했다.

이에 따라 서 대표와 박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 의안은 자동으로 폐기됐다.

◆한미사이언스 주총 3시간 지연 후 형제 측이 이사회 과반수 차지..OCI 통합 중단

한미사이언스 주총장에 입장하는 임종윤·종훈 형제/사진=연합뉴스
한미사이언스 주총장에 입장하는 임종윤·종훈 형제/사진=연합뉴스

이번 표대결은 지난 1월12일 한미약품그룹이 소재·에너지 기업 OCI그룹과 현물출자 및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간 통합 계약을 체결한 후 형제가 반발하면서 이뤄졌다. 형제는 이번 주총에서 자신의 추천 인사로 신규 이사진을 구성해 경영권 교체 후 OCI그룹과 한미의 통합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통합에 반대한 가처분 등도 제기했다.

당초 이날 주총은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의결권 있는 주식 수를 확인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며 개회가 세 시간 반가량 지연됐다.

형제의 승리는 지난 23일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장·차남 측 손을 들어준 덕분이다. 모녀 상대측의 지분과 비슷한 상황에서 12.15%를 보유한 신 회장이 형제를 지지하며 우호지문을 40.57%까지 늘렸다. 기존에는 임종윤(9.91%)·임종훈(10.56%) 전 사장에 배우자·자녀, 디엑스앤브이엑스를 더해 총 28.42%였다.

여기에 마지막 관건인 소액주주의 표심이 형제측으로 기울었다. 작년 말 기준 지분율 1% 미만인 소액주주는 3만8470명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20.5%(1434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모녀 측은 변수였던 국민연금(7.66%)의 지지를 받아 우호지분을 42.66%로 늘리며 재역전했지만 끝내 이사회를 지키지 못했다.

주총 직후 OCI그룹은 통합 중단 방침을 알렸다.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9명 가운데 형제 측 이사 5명이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현재의 4명(송영숙·신유철·김용덕·곽태선) 보다 과반수 이상이므로 통합안을 무산될 것에 대비해 미리 입장을 정리했다

OCI홀딩스 측은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형제 측은 "이번 주총에서 승리한다면 한미 신약 개발 명가의 전통을 잇고 1조원 투자 유치를 통해 5년 이내 1조 순이익을 달성하겠다"며 "시총 50조 탑티어 진입이라는 'NEW 한미약품'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저평가된 주가 회복은 물론,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