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사진=연합뉴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사진=연합뉴스)

남양유업의 새 주인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본격적으로 회사 경영에 나선다. 한앤코와 남양유업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29일 남양유업은 강남구 1964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한앤코 측 인사를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 홍원식 회장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주총에서는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회장이 각각 남양유업 기타비상무이사가 됐고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사외이사에는 이명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이 선임됐다. 

이들은 모두 2021년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새 이사진으로 꾸리려 했던 인사들이다. 홍 회장 등 기존 이사진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주총은 지난해 연말 결산을 기준으로 소집돼 홍 회장이 최대 의결권자(약 53%)였지만, 홍 회장 측이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하면서 한앤코 측 이사진 구성이 완료됐다.

업계에서는 홍 회장 측이 반대표를 던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홍 회장이 남양유업, 한앤코와 두 건의 추가 소송을 진행 중이고, 또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한앤코 측이 다음달 임시 주총에서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앤코 측은 당초 홍 회장 측의 반대표를 염두에 두고 임시 주총을 준비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5일 남양유업의 임시 주총 소집을 허가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이사진 교체 안건 등 대부분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사진 교체 안건의 경우 95%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고, 주주제안한 액면분할건의 경우 93.5%의 반대표를 얻어 부결됐다. 

또 정관변경을 통해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한다. 집행임원제도란 회사의 필요에 따라 대표이사를 갈음하는 기구로 회사의 업무 집행을 도맡게 된다.

남양유업은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이 땅에 굶는 아이들이 없게 하겠다'는 신념으로 1964년 남양 홍씨의 본관을 따 설립한 기업이다.

유업계 1∼2위를 지켜오던 남양유업은 2010년 이후 각종 구설에 오르내리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급격히 악화했다.

2013년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하고 대리점주에게 폭언한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됐고 이후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사건 등 오너가(家) 관련 위험이 이어져 왔다.

2021년 4월에는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 보건당국이 즉각 반박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은 그해 5월 회장직 사퇴를 선언하고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지분 약 53%를 3107억원에 한앤코에 넘기기로 했으나, 같은 해 9월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한앤코와 소송전을 시작했다.

수년간의 분쟁 끝에 지난 1월 4일 대법원이 홍 회장 측이 계약대로 한앤코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판결을 하자,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 53%를 확보하고 같은 달 31일 남양유업 최대주주에 올랐다.

한앤코가 남양유업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실적 개선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0년 적자로 전환하고서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 작년 724억원 등의 영업손실을 냈다. 

남양유업 이미지 개선도 필요하다. 그간 여러 논란으로 불신의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사명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앤코 측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