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피해자모임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 사진=김은주 기자
홍콩 ELS 피해자모임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 사진=김은주 기자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판매한 6개 은행 모두 금융당국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면서 다음 달부터는 본격적인 자율배상 절차가 시작된다. 평균 배상비율이 손실액의 약 40%로 예상되는 가운데 홍콩H지수 ELS 가입자들은 여전히 금융당국이 마련한 조정안을 거부하며 손실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로 배상이 이뤄지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홍콩H지수 ELS 손실 관련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고 투자자에 대한 자율배상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합류로 홍콩H지수 ELS 판매 은행 모두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을 토대로 자율배상 절차를 밟게 됐다.

앞서 지난 11일 금융당국이 은행 등 판매 금융사에 제시하는 일종의 ‘피해 배상 가이드라인’인 분쟁조정기준안을 내놓자 배임 문제를 우려하며 선뜻 나서지 못하던 은행들은 거세지는 당국 압박에 결국 자율배상 움직임에 속도를 내게 됐다.

은행권 자율배상 움직임에 물꼬를 튼 건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에서 분쟁조정기준안 수용을 결정하고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자율배상에 나선다는 뜻을 밝혔다. 판매규모가 은행권 중 가장 작은 400억원대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해 선제적인 배상 결정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하나은행(27일), NH농협은행‧제일은행(28일), KB국민은행‧신한은행(29일)까지 은행권은 이번주 줄줄이 임시 이사회를 열어 금융당국의 분쟁조정기준안을 받아들이고 자율배상에 나서기로 결론냈다.

각 은행들은 소비자보호 분야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율배상위원회 혹은 자율조정협의회 등을 신설하고 다음 달부터 신속히 배상절차에 들어간다. 고객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배상내용과 절차 등의 안내를 시작하고 배상비율 협의가 완료된 고객부터 배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다만 모든 배상을 완료하고 분쟁이 원만히 잘 마무리되기까진 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판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내놓은 분쟁조정안을 수용키로 했지만 정작 가입자들이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홍콩 ELS 피해자모임은 홍콩H지수 ELS 판매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 여의도 신관 앞에서 집회을 열고 손실액 전액 배상을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15일 NH농협은행 본사 앞에서 판매 은행을 타깃으로 한 첫 규탄 집회를 개최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금융권의 홍콩H지수 ELS 판매잔액은 총 1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80% 이상인 15조9000억원 규모가 은행에서 판매됐으며, 또한 은행권 전체 판매잔액 중 절반가량은 KB국민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길성주 홍콩H지수 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그동안 수차례 집회를 통해 성토해 왔음에도 여전히 은행 측은 자신들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금융당국도 피해자를 외면하는 분쟁조정안을 발표했다”며 “가해자인 은행이 조건 따진 자율배상을 거부한다. 은행 편드는 금융당국은 각성하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