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3월 6일 오후 2시, 호류지 서원당 안내문을 읽은 다음에 약사여래상 안내문을 읽었다.  

“약사여래상 (나라시대 국보)

본존의 약사여래상(의약과 치유의 부처)은 나라 시대(710-794)에 건조된 국보이다. 이 약사여래상은 ‘봉(峯)의 약사’으로 불릴 만큼 일본에서 가장 큰 장육(丈六)의 건칠(乾漆)상 중 하나이다. 약사여래는 왼손에 작은 약 단지(藥壺 Jar)를 들고 있는데 약단지에는 의약품과 신비한 치료제가 들어 있다. (일본) 사람들은 약사여래가 기적적인 치유를 해주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희망하며 칼, 활, 거울 등 소중한 물품을 봉납하고 있다.  지금도 1만 점이 넘은 기증품이 사찰에 보관되어 있다.” 

서원당과 약사여래 안내판. 사진=김세곤
서원당과 약사여래 안내판. 사진=김세곤

불당 앞에는 여느 일본 신사와 마찬가지로 복전함이 있고 신령을 부르는 줄과 징이 달려 있다. 필자는 잔돈을 시주하면서 잠시 묵념을 올렸다. 

서원당. 중간에 철망이 있다. 사진 김세곤
서원당. 중간에 철망이 있다. 사진 김세곤

이윽고 철망 틈을 통하여 불당 안을 들여다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거기엔 약사여래상이 있다. 앞에는 좌우에 꽃병이 있고 가운데엔 동그란 거울이 있다. 약사여래는 연꽃을 배경으로 근엄하게 눈을 내리깔고 있다. 오른손은 바닥을 펴고 있는데, 왼손에 있다는 작은 약단지는 찾을 수가 없다.  

철망 틈으로 본 약사여래상. 사진=김세곤
철망 틈으로 본 약사여래상. 사진=김세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약사여래는 대승 불교에서 받드는 부처 중 하나로 ,약사십이대원(藥師十二大願)을 세워 중생의 교화를 위해 힘썼다. 십이대원의 내용은 병을 치료하는 것과 더불어 현세의 복락과 고난의 해탈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어 현실의 고통과 관련이 깊었고, 이는 대중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약사신앙은 단적이고 현세 이익적 성향을 띠고 있었기에 민간신앙으로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었다.’라고 적혀 있다. 

이윽고 오른 편으로 가서 불당을 철망 틈으로 빼곡히 들여다보았다. 두 곳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동면에 있는 천수관음상(千手觀音像)과 북면의 부동명왕상(不動明王像)이었다.   
 
천수관음상은 입상(立像)인데 온몸이 황금색이고, 금관을 쓰고 있는데  손이 수십 개이다. 합장한 두 손, 배 앞에 포갠 두 손, 위로 올려다보는 손, 좌우의 창을 들고 있는 손, 도끼를 들고 있는 손 등이다.  

철망 틈으로 본 천수관음. 사진=김세곤
철망 틈으로 본 천수관음. 사진=김세곤

“천수관음은 천수천안관세음보살(千手千眼觀世音菩薩)이라고도 한다. ‘천’은 무량·원만의 뜻이고, ‘천수’는 자비의 광대함을, ‘천안’은 지혜의 원만·자재함을 나타낸다. 천 개의 손바닥 하나하나에 눈이 있어, 모든 사람의 괴로움을 그 눈으로 보고, 그 손으로 구제하고자 하는 염원을 상징한다. 《삼국유사》에는 분황사(芬皇寺)의 천수관음에게 빌어 눈먼 아이가 눈을 뜨게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천수관음은 관음신앙의 유포와 함께 민간에 깊이 스며들었다.”(「두산백과」)

그런데 자세히 보니 천수관음상 옆에 3명의 신장(神將)이 의자 위에 서 있다. 신장들은 천수관음의 1/4정도 크기이다.  

다음으로 부동명왕상(不動明王像)이다. 부동명왕은 번뇌(煩惱)의 악마를 응징하고 밀교의 행자(行者)를 수호하는 왕으로 간주되었는데 생전 처음보는 불상이다. 부동명왕은 돌로 만든 의자에 앉아 있는데, 뒤는 불꽃 모습이고, 머리엔 무엇(연꽃?)을 두르고 있다. 두 눈썹은 치켜 올라가 있고 한 눈은 부릅뜨고 있는데 한 눈은 감고 있다. 분노의 모습으로 오른손에 검을 쥐고 왼손에는 삭(索 노끈)을 쥐었는데 노끈이 치렁거린다.   부동명왕은 일본에서 흔한 불상인데 진언종(眞言宗) 등에서 모시고 있단다.    

철망 틈으로 본 부동명왕상. 사진=김세곤
철망 틈으로 본 부동명왕상. 사진=김세곤

그런데 부동명왕상 옆에도 3명의 신장(神將)이 의자 위에 서 있다. 자세히 보니 왼편에도 뒷모습의 신장이 있다. 이 신장들이  약사여래를 수호하는 십이신장(十二神將)들인가 보다.(서원당 안내문) 12란 숫자는 의미가 있다. 연필 한 다스가 12자루이고, 예수님의 제자가 12명이며, 태생도 자(子, 쥐), 축(丑, 소), 인(寅 호랑이), 묘(卯, 토끼), 진(辰, 용),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 신(申, 원숭이), 유(酉, 닭), 술(戌, 개), 해(亥, 돼지)띠 12지간(支干)이다.    

한편 서원당에서 5층탑을 바라보니 매우 고즈넉하다.  

서원당에서 바라 본 오층탑. 사진=김세곤
서원당에서 바라 본 오층탑. 사진=김세곤

그런데 일행은 이미 내려갔고, 필자 홀로 서원당 주변을 답사하고 있다. 걸음을 재촉하여 티켓오피스로 갔다. 티켓오피스에 도착하니 친구들은 이미 1500엔 티켓을 끊고 기다리고 있었다. 급히 티켓을 받고 호류사 한글판 팜플렛을 챙기면서 금당 안으로 들어갔다.